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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품은 우리 동네] 도로명주소로 길 묻자 주민들 “…” 건물 번호판조차 없어

[길을 품은 우리 동네] 도로명주소로 길 묻자 주민들 “…” 건물 번호판조차 없어

입력 2012-10-10 00:00
업데이트 2012-10-1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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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로를 통해 본 새주소 정책 현실

도로명 주소 안내도만 가지고 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신문지 절반만 한 크기에 어지간한 단행본 책만큼 두꺼울 정도로 상세하게 표기된 도로명 주소 안내지도까지 같이 챙겼건만 여전히 부족했다. 여기에 일반 관광안내 지도까지 주렁주렁 들고서도 길을 제대로 찾는 건 어렵기만 했다. 햇살은 따갑고 다리는 퍽퍽해져 간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묻고 더듬거리며 헤맨 뒤에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목포시청에 들른 뒤 국도 1, 2호선 도로원표를 찾아가려 했다. 택시를 타고 목포역 앞에서 내렸다. 옛 목포일본영사관을 물었지만 행인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목포문화원이라고 묻자 한두 명이 “아하~” 하며 손가락으로 “이 길을 쭉 따라가 보세요.”라고 가리켰다. 이에 앞서 지금은 옮긴 목포문화원의 도로명 주소였던 ‘영산로 29번길 6’을 말할 때는 아예 외계인 쳐다보듯 뜨악해했다.

2009년 4월 목포문화원은 이미 이사를 마쳤지만, 2010년 10월 목포시에서 만든 도로명 주소 책자에는 버젓이 목포문화원으로 표기돼 있었다. 목포문화원 관계자는 “목포시가 문화원을 옮기라고 해서 2009년 훨씬 전부터 이전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낯선 길을 떠난 이라면 도로명 주소 정책을 취급하는 목포시의 안일함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어렵사리 찾은 옛 목포일본영사관에는 건물번호판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 근처에 있다는 이훈동정원을 가고 싶었다. 정확한 도로명 주소 ‘유동로 63’을 알기 전에 지도만으로 찾으려 했지만 불가능에 가까웠다. 두꺼운 지도책자에도, 널찍한 도로명 주소 지도에도 이훈동정원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유동로 63’을 알게 된 뒤에는 지도를 보고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영산로 몇백미터 되지 않는 길을 걷는 중에도 건물번호판이 붙지 않은 곳을 몇 군데 발견했을 정도였다. 불과 1년 남짓 뒤인 2014년이면 유일 법정 주소로 쓰여야 할 도로명 주소지만 행정 당국의 의지 부족과 시민들에 대한 홍보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새 주소 정착은 요원한 듯하기만 하다.

목포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2-10-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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