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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줌인] 산재 치료전문 인천산재병원에 가다

[포토다큐 줌인] 산재 치료전문 인천산재병원에 가다

입력 2013-12-02 00:00
업데이트 201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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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잃은 내 다리 재활로 찾은 새 인생

사람은 평생 다양한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어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어떤 이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또 다른 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현재의 일을 하며 산다. 어떤 경우이든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축복’이다. 그런데 만약 일터에서 불의의 사고로 재해를 당한다면?

정상 보행이 어려운 근골격계 질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수중치료풀장. 물속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재활치료의 효과를 높인다.
정상 보행이 어려운 근골격계 질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수중치료풀장. 물속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재활치료의 효과를 높인다.
무너지는 건 육체만이 아니다. 피해 당사자의 정신적 절망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도 같이 황폐해질 수 있다. 산업재해는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산업재해자는 모두 9만 2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업무상 부상자가 8만 4000여명이다.

산업재해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회로의 복귀가 큰 관심사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재해 이전의 삶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재활’이다.

집중치료실에서 신경계 질환자가 손의 운동기능을 높이는 치료를 받고 있다.
집중치료실에서 신경계 질환자가 손의 운동기능을 높이는 치료를 받고 있다.


원예수업은 뇌질환자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찾기 위한 특수 재활프로그램이다.
원예수업은 뇌질환자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찾기 위한 특수 재활프로그램이다.


하반신 마비 후유증인 환상통(幻想痛)에 시달리다 정신적 안정을 위해 목공예를 시작한 이주홍씨.
하반신 마비 후유증인 환상통(幻想痛)에 시달리다 정신적 안정을 위해 목공예를 시작한 이주홍씨.


다리 절단 환자가 의족을 착용 후 보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다리 절단 환자가 의족을 착용 후 보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인지능력을 상실한 김순임(오른쪽)씨가 김선복 치료사로부터 1대1 언어소통 치료를 받고 있다.
인지능력을 상실한 김순임(오른쪽)씨가 김선복 치료사로부터 1대1 언어소통 치료를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인천산재병원은 산업재해 전문치료 병원이다. 이곳은 ‘잡코디네이터’ 제도를 운영해 산재 발생 이후 보상, 재활치료, 사회복귀와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프로그램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양유휘 병원장은 “절망에 빠진 산재 근로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치료와 희망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병원의 자랑 중 하나인 ‘수중 치료 풀장’. 근골격계 질환자들이 단체로 수중 치료를 받는 곳이다. 대부분 정상 보행이 어려운 환자들이지만 풀 안에서는 자유롭게 걸으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양 원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물속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재활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느끼는 안도감과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특수 재활 교실은 요양 중에 겪는 심리적 공황상태를 극복하고 신체 잔존 능력을 개발하여 환자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곳이다. 목공예 재활교실에서 만난 이주홍(45)씨. 2006년 유리설치 작업 도중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 후유증인 환상통(幻想痛)에 시달리다 이곳을 찾았다. 이씨는 정신적 안정을 위해 목공예를 시작했다. 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목공예는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치료를 받으면서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목공예로 기능올림픽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국가대표가 되면 작은 공방을 차릴 생각입니다. 아들 녀석을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죠.” 그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11살짜리 아들과 함께 펼쳐 나갈 새로운 인생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담고 조각도에 힘을 싣고 있었다.

언어치료사 김선복(52)씨는 근무 중에 뇌출혈로 쓰러져 사지마비가 오고 인지능력을 상실한 한 여성 환자를 3년 넘게 돌봐 오고 있다. 언어치료와 물리치료, 중추 작업치료를 꾸준하게 반복했다. 환자는 요즘 간단하게나마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남편 이름과 아들 이름도 말할 수 있게 됐다. 노래방 기계를 보며 4곡 정도는 따라 부를 정도가 됐다. 김씨는 “꾸준한 치료와 함께 ‘희망’이 중요하다”면서 “단 1%의 변화나 기능이 회복돼도 환자와 가족들의 삶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현재 최신 재활의료장비를 도입해 산재환자뿐 아니라 전문 재활을 필요로 하는 지역 환자들에게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공공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사고로 몸과 마음, 주변 관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재활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글 사진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2013-12-0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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