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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관광경찰대 24시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관광경찰대 24시

입력 2014-03-24 00:00
업데이트 2014-03-2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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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코리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봄을 알리는 춘분인 지난 21일, 서울 경복궁은 따스한 햇살 아래 고궁의 우아함과 멋스러움을 느끼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고 있는 광화문 앞에서 일본인 스즈키가 일반 경찰과는 다른 짙은 감색 제복 차림의 경찰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고궁을 둘러본 후 비빔밥을 먹으로 가고 싶었지만 지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식당을 찾아가는 일이 난감했다. 깔끔하게 각이 잡힌 검정 베레모를 쓴 ‘관광경찰’이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나타나자 마음이 한결 놓였다. 한국은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각종 불법행위와 불편사항을 겪는 것을 줄이고자 지난해 출범한 ‘관광경찰’이다. “홍대 앞과 명동, 남대문 등 서울 곳곳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적극적인 관광경찰의 도움으로 그날 명동에서 그가 먹을 수 있었던 비빔밥은 꿀맛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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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관광경찰대원들이 쇼핑을 나선 브루나이 관광객들의 짐을 들어 주며 관광 안내를 하고 있다. 관광경찰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각종 불법행위와 불편사항을 겪는 것을 줄이고자 출범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관광경찰대원들이 쇼핑을 나선 브루나이 관광객들의 짐을 들어 주며 관광 안내를 하고 있다. 관광경찰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각종 불법행위와 불편사항을 겪는 것을 줄이고자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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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팔각정 앞에서 관광경찰대 여경들이 독일인 관광객들에게 관광안내지도를 펼쳐 들고 안내를 하고 있다.
서울 남산 팔각정 앞에서 관광경찰대 여경들이 독일인 관광객들에게 관광안내지도를 펼쳐 들고 안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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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경찰대원들이 서울 남대문시장 인삼제품 판매점에서 가격표시제 점검을 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 손님들의 편안한 관광을 저해하는 요인을 근절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관광경찰대원들이 서울 남대문시장 인삼제품 판매점에서 가격표시제 점검을 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 손님들의 편안한 관광을 저해하는 요인을 근절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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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경찰대원들이 서울 동대문시장 두타빌딩 앞에서 택시나 콜밴의 불법영업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불법에 대한 단속’은 관광경찰의 또 다른 활약상이다.
관광경찰대원들이 서울 동대문시장 두타빌딩 앞에서 택시나 콜밴의 불법영업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불법에 대한 단속’은 관광경찰의 또 다른 활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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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관광경찰들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고궁안내를 도와 주고 있다.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관광경찰들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고궁안내를 도와 주고 있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돕는 관광경찰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호감이 가는 깔끔한 외모를 갖춘 이들의 임무는 실로 다양하다. 길 안내는 물론 지갑이나 휴대전화, 여권 등을 분실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찾아주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주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알버트는 서울 이태원에서 쇼핑하다가 그만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출동한 관광경찰은 알버트가 소지한 신용카드 영수증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한 신발가게에서 분실 휴대전화를 보관 중인 것을 확인했다. 알버트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친절한 관광경찰의 도움으로 관광한국의 이미지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에 대한 단속’은 관광경찰의 또 다른 중요 임무다.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시내 주요 관광지 일대에서 무허가로 환전 영업을 해 온 혐의로 환전상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홍기원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부대장은 “시중은행보다 조건이 좋다면서 중국과 일본 관광객 등에게 접근해 불법으로 수수료를 챙기는 이들에 대해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건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 온 업소도 적발 대상이다. 홍 부대장은 “1차 위반한 업소에 대해서는 시정 권고 조치를 하고, 두 번 이상일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찜질방이나 고시원이 호텔예약 사이트에서는 버젓이 ‘1등급 호텔’로 등록된 경우도 있다. 7000원짜리 찜질방이 외국인에겐 3만 5000원 수준의 호텔로 둔갑한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외국인 게스트하우스 관련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만 믿고 온 외국인들은 당연히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관광경찰은 이 밖에 무자격 가이드 활동, 택시나 콜밴의 불법영업행위,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모조 상품 단속 활동도 펼치고 있다.

관광경찰이 활동하면서 관광객의 불편은 크게 줄었다.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온 외국인 관광불편 신고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관광경찰대가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불편 사항을 현장에서 즉시 해결하고 위반 행위를 단속한 것이 주효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현직 경찰 52명과 의무경찰 49명 등 총 101명의 관광경찰이 활동 중이다. 장진영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장은 “친근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부드러운 느낌을 살린 경찰복을 따로 제작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외국어 능통자들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 중국어, 일어 등 각국의 언어와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에 이어 부산과 인천에도 관광경찰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는 9월 아시안게임 등이 예고된 만큼 상반기 내로 증원인력을 확정짓고 부산과 인천에서 관광경찰을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범한 지 6개월도 안 되지만 일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광경찰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남대문시장에서 관광안내를 하던 문윤정 관광경찰대원은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격려를 받을 때가 가장 기쁘다”며 “관광경찰의 친절함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는 외국인들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복궁에서 무자격 가이드 활동을 단속하던 김지한 관광경찰대원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첫 번째 친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외국 손님들의 편안한 관광을 저해하는 요인을 근절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관광경찰이 한국관광의 안전과 친절, 편리함을 상징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4-03-2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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