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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 톡 경제 콘서트] <39> 월드컵 개최 경제효과는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 톡 경제 콘서트] <39> 월드컵 개최 경제효과는

입력 2014-08-04 00:00
업데이트 2014-08-04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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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위한 모든 품목별 지출액에 생산유발계수 곱해 효과 산출

브라질월드컵이 끝난 지 20여일이 지났다. 되돌아보면 16강을 탈락한 우리도 실망스러운 대회였지만 개최국 브라질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 우승과 경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지만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7대1로 대패하고 3·4위전마저 내줘 ‘삼바축구’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이런 결과와 함께 당초 예상한 경제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대회를 침체된 브라질 경제를 회복시키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 경기장과 도로를 건설하고 대회를 진행하는 데 12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투입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든 돈의 2.9배나 된다. 정부 지출액에 민간 투자가 더해지고 내국인과 외국인의 소비 지출이 이뤄지면 총 53조원의 경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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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제효과는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경제효과란 월드컵으로 인한 생산액 증가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경제효과는 생산액 외에도 부가가치나 취업자 수로도 측정할 수 있지만 생산액이 기업의 수입이나 매출액에 가까운 개념이라 흔히 쓰인다. 다시 말해 생산액 증가분 53조원은 월드컵과 관련해 브라질 경제 전체에서 유발되는 생산액의 크기다. 정부는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경기장과 도로를 건설하고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을 지출한다. 민간 부문에서도 월드컵 특수에 대비한 숙박 시설이나 문화, 오락시설 등에 대한 시설 투자와 내국인과 외국 방문객의 소비 지출이 이뤄진다. 이와 같이 월드컵과 관련해 정부와 민간부문 및 내외국인의 모든 경제적 지출로 인해 각 산업에서 생산이 유발되고 이런 생산을 위해 2차, 3차 등의 파급 과정을 거쳐 총 53조원의 생산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생산유발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산파급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정부의 도로건설 투자를 예로 들어 생산파급 과정을 살펴보자. 정부가 건설비를 지출하고 건설업자가 도로를 건설하면 건설업자의 매출액이 된다. 정부 지출이 건설업 생산을 직접 유발한다. 그런데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중간재인 시멘트·철근 등이 필요하므로 정부 지출은 결국 시멘트, 철근 등 중간재 생산을 간접 유발한다. 또 간접 생산유발된 시멘트와 철근 등은 다시 그 중간재인 석회석과 조강(粗鋼)의 생산을 유발한다. 이와 같이 생산의 간접유발 과정은 생산파급액이 영(0)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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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수 경제통계국  투입산출팀 차장
허남수 경제통계국 투입산출팀 차장
월드컵 개최와 관련한 생산유발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세한 품목별 지출액 정보가 필요하다. 품목에 따라 생산파급 경로나 파급 효과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장과 도로 시설 건설의 경우 투입되는 중간재의 종류와 크기가 각각 다르므로 정부와 민간 부문의 지출 내역을 가급적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관광객의 지출 항목에 대해서도 교통비, 음식비, 숙박비 등의 형태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산업연관표의 투입계수표가 필요하다. 투입계수는 생산품 1단위에 투입되는 중간재 단위를 의미하기 때문에 산업 간 생산 파급의 매개 변수가 된다. 투입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갖는데 값이 클수록 생산품 산업과 중간재 산업의 연관관계가 높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투입계수표를 이용해 도로건설 1조원 투자의 생산유발효과를 계산해 보자.

먼저 투자액 1조원은 도로 건설 자체의 매출액이므로 직접 생산유발액이 된다. 다음으로 도로건설 생산유발액(1조원)에 중간재인 시멘트의 투입계수(0.009)를 곱해 시멘트의 1차 간접 생산유발액(90억원=1조×0.009)을 구한다. 중간재인 철근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1차 간접 생산유발액(290억원=1조×0.029)을 계산할 수 있다. 1차 간접 생산유발된 시멘트(90억원)와 철근(290억원)에 대해 그 중간재인 석회석과 조강의 투입계수를 각각 곱하면 도로건설 투자와 관련한 석회석, 조강의 2차 간접 생산유발액을 계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각 파급단계의 생산유발액을 구해서 모두 합치면 도로건설 1조원 투자와 관련한 총 생산유발효과가 된다.

하지만 투입계수를 매개로 생산유발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을 실제로 적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현실 경제의 산업부문은 많은 부문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1개 품목의 파급효과를 계산하려 해도 거의 모든 부문의 투입계수가 필요하며 계산 과정도 무수히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유발계수표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생산유발계수는 생산품 1단위를 위해 각 산업 부문에서 직간접으로 생산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생산유발계수표의 세로 합계는 경제 전체의 유발효과이며 각 칸의 값은 해당 산업에서 나타나는 효과다. 도로시설을 보면 도로시설 1단위를 생산하기 위해 시멘트, 조강, 철근 등 중간재의 생산파급을 통해 총 2.315단위가 전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생산이 유발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각 품목별 지출액에 생산유발계수를 곱하면 생산유발효과가 바로 구해진다. 도로건설 투자액 1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계산해 보면 경제 전체에서 2조 3150억원(1조원× 2.315)의 생산이 유발되고 산업별로는 시멘트 210억원(1조원×0.021), 철근 340억원(1조원×0.034), 조강 520억원(1조원×0.052) 등이 각각 유발된다. 그리고 도로건설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금융이나 운수 부문에도 생산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부가가치유발계수표와 고용유발계수표를 이용해 월드컵 개최와 관련한 부가가치유발효과와 고용유발효과도 각각 계산할 수 있다. 부가가치유발효과는 가치를 새로 창출한 부분을 말하는데 근로자의 몫인 인건비, 자본가의 몫인 영업잉여와 감가상각비, 정부의 몫인 세금 등으로 구성된다. 고용유발효과는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 발생한 일자리 수를 의미한다.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경제효과의 측정 방법이 비교적 간편하기 때문에 정부, 연구기관, 학계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통계가 그렇듯이 산업연관표를 이용할 때에도 주의할 점과 한계점 들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한 2010년 산업연관표는 우리나라 산업을 384개 부문으로 분류해 작성했으나 대부분의 분석에서는 이를 통합한 30개 부문을 이용하고 있다. 각 부문이 여러 품목을 포괄함으로써 실제 지출하는 세부 품목별 경제 효과와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경제효과의 의미도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 경제 전체에서 이루어진 생산액 또는 부가가치, 고용 등의 총량을 말한다. 경제효과는 모두 새로 발생하기보다는 각 산업에서 계속적으로 이뤄지는 생산활동에서 월드컵과 관련된 부분의 총량이라는 개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월드컵 개최와 관련한 경제효과가 정부나 민간 부문의 지출액에 대한 파급효과를 측정한 것이지 투자 대비 수익이나 경기장 운영수입 등 나중에 발생하는 수입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월드컵 개최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간접효과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한번 월드컵이 개최돼 많은 경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우리 대표 선수들이 더욱 잘해서 국민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해 주기를 기대한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쏙쏙 경제용어]

■산업연관표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국민 경제에서 발생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국내 산출+수입) 및 처분(국내 수요+수출)과 관련된 모든 거래를 매트릭스 형식에 따라 기록한 종합 통계표다. 이 표의 세로는 생산활동을 위해 사용한 중간재와 노동·자본 등의 투입구조를, 가로는 생산물 판매내역 등 배분 구조를 나타낸다. 산업연관표를 이용하면 산업부문 간 상호 연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경제구조 분석, 정책 파급효과 분석 등에 이용된다.
2014-08-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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