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권익의 ‘마지막 보루’ 굴곡진 역사와 현재 되짚다(하)
올해로 창설 70주년 고희를 맞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단원들의 고령화와 젊은 세대의 귀화 등 어려움속에서 새 길을 모색하고 있다. 민단 교토본부의 개혁실험과 내일을 가늠해봤다.일본 오사카총영사관이 지난 6일 마련한 ‘재외동포사회 파트너십’ 모임에 참석한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실무자 100여명이 고령화와 단원 축소로 위기를 맞은 민단의 활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의 민단 계열 민족학교인 건국학교 초등부 학생들이 지난 8일 영어 시간에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민족학교지만 학생들의 정체성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육도 하고 있다.
오사카의 건국학교 학생들이 지난 8일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사진을 찍자는 기자의 요구에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손가락으로 V 자를 만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단 교토본부 김형련 부국장은 20일 “우편 조사가 마무리되면 연락이 닿지 않는 단원 가정에 대한 개별 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상태 단장은 “현황 조사를 바탕으로 단원들에 대한 접촉면을 넓히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상태 민단 단장
하 단장은 “시간이 많지 않다.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과 기금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교토본부는 새 길을 앞장서서 개척한다는 평이다. 하 단장은 ‘재정확보, 조직개편, 다가서는 생활센터’란 세 가지 목표를 내걸고 지부 통폐합과 수익성 건물 활용에 시동을 걸었다.
무코시의 오토쿠니 지부 건물을 수익 건물로 전환시켰고, 기존 지부 사무실과 행정 요원들은 교토 미나미지부에 합류시켰다. 교토본부 산하 13개 지부 가운데 자체 건물을 갖고 있는 곳은 12곳. 중장기적으로 이 건물들도 통합해 민단과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도 있다.
“선배들이 주머니를 털어 전국 곳곳에 민단을 위한 땅을 사고 공동 건물을 세워 놓았다. 이를 활용하면 재정적으로 큰 힘이 된다.”
하 단장의 꿈은 교토역 앞에 재일 한국인과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 것이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한국회관’ 안에 재일 한국인들이 모여 활동할 시설들을 만들고,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전시장·공연장, 한국 관광 홍보 시설, 한국 특색의 음식·식품·상품점 등을 특화한다는 구상이다. 교토를 찾는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찾아보고 싶어 하는 곳을 만들겠다는 바람이다.
지부마다 전문가들의 교포 대상 법률·생활 상담을 늘리고, 요가·체조·노래교실 등 취미·건강 프로그램도 활성화하고 있다. 하 단장은 “나도 50세가 넘어서야 뿌리에 대한 관심이 생겨 민단에 나오게 됐고, 느낌과 분위기가 같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서 민단에 빠져들었다”면서 “자연스럽게 민단을 찾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교토·오사카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6-07-22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