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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풀꽃 편지] 마이너 시대

[나태주 풀꽃 편지] 마이너 시대

입력 2016-08-21 22:40
업데이트 2016-08-2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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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너나없이 사는 일이 힘들다고 하고 지쳤다고 한다. 옷이나 밥이나 집이 없어 힘들고 지친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힘들고 지쳤다고 그런다. 번아웃(burnout)이란 생소한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 오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극도의 피로에 달했다는 얘기이고 각자가 지닌 삶의 에너지를 바닥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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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
왜 이 지경이 되었나. 그것은 우리가 지나치게 외곬으로 살아서 그렇고 지나치게 올인하며 살아서 그렇다. 여기 1.5볼트짜리 건전지 두 개가 있다고 치다. 두 개를 직렬로 연결하면 3볼트짜리 불이 켜지고 병렬로 연결하면 1.5볼트짜리 불이 켜질 것이다. 때로는 3볼트짜리 불을 밝혀야 하기도 하겠지만 더 많게는 1.5볼트짜리 불을 밝히며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메이저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개는 마이너 인생이라 생각할 것이다. 인생에 대해서도 그렇다. 마이너가 없는 메이저가 어디 있겠는가. 한 사람의 생애를 두고 볼 때도 메이저 시대보다는 마이너 시대가 더 길다고 보아야 한다. 어쩌면 마이너 없는 메이저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부디 자기네 인생이 마이너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찾아올 메이저 인생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이 소망이다. 그것이 진정 인생에 있어서 행복과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고 값진 인생, 아름다운 인생을 만나는 첩경이다. 정말로 우리네 인생에는 메이저만 있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마이너 다음의 메이저다.

그것은 하루의 일과를 두고 볼 때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우리가 기분 좋고 유쾌한 시간만 사는 건 아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겨운 시간을 견디고 건너서 저녁 시간을 맞이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 하루의 일과가 깜냥대로 좋았다고 말하고 더러는 앞으로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들 삶에서 고난이나 고통, 실패, 시련, 절망과 같은 이름들은 마이너의 항목들이다. 그러나 그런 항목들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진정한 성공과 소망과 행복이 열리도록 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한 묘미요 비밀이다. 오히려 마이너의 시기가 혹독할수록 더욱 빛나는 성공과 소망과 행복이 약속된다.

이런 말이 있다. ‘살아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젊어서 죽을병에 한 번 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일단 죽을병에 걸렸다가 거기서 빠져나오게 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그 이전의 인생과는 전혀 다른 인생, 새롭게 태어난 인생이 된다. 이를 나는 ‘결핍의 축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핍은 궁핍과는 다르다. 궁핍은 애초부터 없던 상태를 말하고 결핍은 있던 것이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결핍은 결핍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핍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따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점점 좋아지게 될 것이고 끝내는 완전히 좋아지는 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사는 일에 지쳤다는 것은 고난이든 결핍이든 마이너 상태를 못 견뎌서 그런 것이다. 고생하며 살아온 부모들이 자식들에게는 자신들이 겪은 고생을 대물림하지 않고 싶어서 지나치게 애지중지 키워서 그렇다. 어려서부터 고난 없이, 시련 없이 키워서 그렇다.

그렇다고 억지로 고난이나 결핍을 주자는 애기는 아니다. 우리가 지금 충분히 좋은 조건인데도 마음이 그래서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일 뿐이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인생이 마이너 시대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분명 그다음에 열린 메이저 시대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할 일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이너의 시대가 끝나고 메이저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인생의 실패는 절대로 실패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실패하면서 인간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까지 배우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더욱 큰 성공과 더욱 밝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마이너 시대, 그것은 미구에 찾아올 메이저 시대에 대한 찬란한 약속이고 예고이다.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성장이다.
2016-08-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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