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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당신이 잠든 사이… 세상은 바삐 움직인다

[포토 다큐] 당신이 잠든 사이… 세상은 바삐 움직인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입력 2017-01-22 18:06
업데이트 2017-01-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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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새해는 어둠 속의 액운을 쫓아내고 밝은 빛을 몰고 오는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인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다. 특히 올해의 닭은 불의 기운이 가장 성해 붉은 닭의 해라고도 한다. 이렇게 어려움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대표적 상징인 닭보다도 부지런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인다.

모범기사 허영구씨가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내렸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이 버스는 새벽 3시 30분에 구로동 차고지를 출발해 4시 40분에 여의도에 도착했다.
모범기사 허영구씨가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내렸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이 버스는 새벽 3시 30분에 구로동 차고지를 출발해 4시 40분에 여의도에 도착했다.
●서울 첫 버스 5618번·별 관측·경매 시장… 하루를 여는 사람들

서울 구로구 구로동 보성운수 5618번 버스는 서울에서 가장 이른 새벽 3시 30분에 운행을 시작한다. 승객들은 청소용역, 일용직 근로자, 경비원, 심지어 술 마시고 집에 가는 사람 등 다양하다.

“여의도에서 빌딩 청소일을 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타는데 1분이라도 빨리 도착하면 좋아하시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이분들의 생활이 어떤지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이 더 가네요.” 첫차의 운전대를 잡은 모범기사 허영구(58)씨는 지체 없이 출발을 한다.

송파구 잠실본동 먹자골목에서 공무관(환경미화원)이 밤사이 지저분해진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본동 먹자골목에서 공무관(환경미화원)이 밤사이 지저분해진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본동에서 청소를 마친 공무관들이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본동에서 청소를 마친 공무관들이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국의 공무관(구 환경미화원)들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청소를 시작한다. 송파구 공무관 원진희(56)씨는 “청소를 시작할 땐 힘들기도 하지만 마치고 나서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마치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느낌이 듭니다. 국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쁨에 행복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항상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란다. “매일 청소를 하다 보니 상가 주민들하고 친한데 다들 어렵다 보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도 드네요”라며 최근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넌지시 내비친다.

강원 화천군 조경철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촬영한 달의 모습.
강원 화천군 조경철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촬영한 달의 모습.
조경철천문대 유주상 천문대장이 1m 반사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고 있다.
조경철천문대 유주상 천문대장이 1m 반사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고 있다.
도심의 불빛이 거의 없는 산속 깊은 곳에서 천문학자들도 모두가 잠든 새벽에 별을 관측한다. 강원 화천군 광덕산 조경철천문대 유주상(40) 천문대장은 “과학자들에게 별은 미래, 기술 등 첨단의 이미지도 있지만 낭만, 그리움, 사랑, 꿈 등의 의미도 있습니다. 앞만 보고 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별을 관찰하면서 현실의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쉼의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가끔 우리가 왜 여길 지키고 있는지 생각할 때도 있지만 누군가 산중에 왔을 때 등대처럼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이곳을 지키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소회를 밝힌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본인이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본인이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항운노조 직원들이 경매에서 낙찰된 활어를 옮기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항운노조 직원들이 경매에서 낙찰된 활어를 옮기고 있다.
동대문 의류상가 앞 인도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지방으로 배달될 옷들로 가득 찬다. 대형 트럭과 버스가 길게 줄 서 있고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에도 반팔을 입고 포장하는 사람들의 눈썹에는 땀이 맺힌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매는 새벽 1시에 시작돼 새벽 5시가 돼서야 끝이 난다. 경매가 끝나면 소매상인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그 외에도 경찰, 소방서, 공항, 병원 응급실, 편의점 직원, 식당, 대리운전기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새벽을 지킨다.

신문배달원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가정집에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신문배달원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가정집에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새벽 3시 40분이 되자 불을 밝힌 어선들이 일제히 출항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새벽 3시 40분이 되자 불을 밝힌 어선들이 일제히 출항하고 있다.
●새벽을 깨우는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원동력

언뜻 보기에 새벽은 고요하고 차분한 듯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한국인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묵묵히 그리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최순실 국정농단,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금리 인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갈등, 세계적인 불경기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게 사실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기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공자는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작은 촛불 하나라도 켜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남 탓, 환경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 지도자만을 믿어서도 안 된다.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자신의 주변부터 감동시킬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위기가 닥친 지금이야말로 한국인의 저력을 발휘할 때이다. 우리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17-01-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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