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내. 앳된 여중생들이 한 광고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응원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연 연습생을 응원하기 위한 광고판이었다. 팬들이 직접 모금한 돈으로 만들어진 광고판은 이 지하철 역에만 10개가 넘는다. 이곳에서 만난 중학생 오모(15)양은 “원래 아이돌그룹 세븐틴과 엔시티의 팬인데 ‘프로듀스 101’의 출연자들은 데뷔한 아이돌 가수만큼 잘생기고 인기가 많아 학교에서도 단연 화제”라면서 “건대입구, 잠실, 홍대입구 등 지하철 2호선을 돌면서 응원 광고판을 보고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16일 최종 11명을 뽑는 마지막 생방송을 앞두고 버스는 물론 지하철 전동차, 전광판에도 시청자들의 1표를 호소하는 광고 경쟁이 치열하다.
인기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배출한 ‘프로듀스 101’의 남자판인 시즌2는 경연 과정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에 요구되는 신비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신드롬급 인기로 가요계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시즌1처럼 전 세대의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지만 주요 타깃 시청층인 15~34세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이돌은 팬덤이 만든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팬들의 결집력과 화력은 대단했다. 첫 방송 이후 9주 연속 ‘콘텐츠 영향력지수’(CPI) 1위 자리를 차지했고 본방송 및 연습생들의 ‘직캠’ 온라인 동영상 조회 수가 4억뷰를 넘겼다. 최근 컴백한 남자 아이돌 가수 소속사 대표는 “동영상 조회가 몰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서버가 다운 직전까지 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낳았다”면서 “기존 아이돌 그룹의 팬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실제로 팬 이탈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내가 직접 키운 아이돌 가수’라는 콘셉트는 자발적인 팬덤 참여를 유도하면서 온·오프라인의 열기가 뜨거웠다. 본방 사수, 현장 방청 등의 전통적인 방식은 물론 일부 팬들은 ‘좋아하는 연습생 그리기 대회’, ‘불우이웃 돕기’, ‘온라인 패러디 대회’ 등을 스스로 개최하기도 했다. 강한 팬덤은 음원 차트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연습생들의 팀 콘셉트 평가곡 중 하나인 국민의 아들팀의 곡 ‘네버’(NEVER)는 멜론, 엠넷, 벅스 등 7개 주요 음원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음달 1~2일 열리는 이들의 콘서트는 이미 전석 매진됐다.

하지만 팬덤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팬들끼리 상호 비방이나 악플이 도를 넘어서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연습생 주학년(18), 김사무엘(15)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못해 소속사가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연습생의 소속사 대표는 “아직 데뷔 전인데도 사생팬들 때문에 등하교는 물론 사생활에도 제약을 받는 등 스타와 일반인의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불이익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면서 “콘서트 암표 가격이 100만원대 후반대를 호가하는 등 과열 양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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