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인권 경찰 행보” vs “책임자 처벌 없어”

“인권 경찰 행보” vs “책임자 처벌 없어”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7-06-16 22:58
업데이트 2017-06-17 05: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유족 “일방적 사과 발표… 인정 못 해”

시민단체 “직사살수 가능성 남아” 지적
강신명 前청장 책임 추궁도 강력 요구
檢 “새 사망진단서 확보해 수사 참고”
이철성 경찰청장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경찰청장이 백씨의 사망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씨가 쓰러진 지 1년 7개월 만이다. 최해국 선임기자 seworld@seoul.co.kr
이철성 경찰청장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경찰청장이 백씨의 사망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씨가 쓰러진 지 1년 7개월 만이다.
최해국 선임기자 seworld@seoul.co.kr
16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데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인권경찰’을 구현하기 위한 파격적인 행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직사살수 가능성을 남겨 둔 살수차 규정 개정안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했다. 특히 유족들은 자신들을 찾지도 않은 일방적인 사과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살수차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것은 큰 변화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발생하는 불가피한 상황에만 살수차를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최고 수압을 기존의 15바(bar·3000rpm)에서 13바로 줄인 데 대해서도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살수차를 사용하는 20개국의 최저 수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족은 이 청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백씨의 딸 백도라지(35)씨는 “오늘 이 청장이 발언하기에 앞서 유족을 찾아 사죄의 뜻을 전하지도 않고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백남기대책위가 앞서 이 청장의 발언 내용을 묻자 들으면 알 것이라는 태도였다고 한다. 유족에게 사과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유족과 시민단체가 고발한 경찰 수뇌부 7명에 대한 징계,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살수차의 퇴출 또는 직사살수 금지를 이행하지 않은 사과는 말뿐인 사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살수차 사용을 제한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이날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사살수 시 부상이나 살인 의도가 없었고 규정대로 다리 아래로 쏘려 했는데 명확하게 조준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며 “이처럼 직사살수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없다면 언제든지 유사한 사망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직사살수를 원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개정안에는 최루액·염료 등 위해 성분을 혼합해 살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과 물살 세기를 3바(1000rpm) 이하로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백씨의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 책임론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백씨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새 사망진단서는 확보하지 않았지만 사인이 바뀐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확보해 수사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관련자 전원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며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한 자기반성과 책임자 처벌에 착수했어야 할 현 이 청장 또한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7-06-17 2면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