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팀장
그렇다고 실제 쓰임새가 같은 것은 아니다. 형태가 달라지면 뜻도 조금 벌어진다. 뜻빛깔이 다르게 나타난다. 준말은 본딧말의 무게감을 유지하지 않는다. 가벼워지고 더 점잖지 않을 때가 많다. 때로는 ‘낮춤’의 뜻을 더하거나 ‘발랄’ 혹은 ‘경쾌’의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쌈’과 ‘싸움’의 관계도 그렇다. ‘쌈’은 ‘싸움’보다 점잖지 않게 비친다. ‘샛길’은 ‘사잇길’과 다른 말처럼 느껴진다. ‘사이에 난 길’이나 ‘작은 길’이 아니라 ‘옆길’ 또는 ‘정상적이지 않은 길’의 의미가 강하다.
접사가 붙어 뜻이 달라지는 파생어 정도는 아니지만, 준말도 뜻이 더해지며 조금 달라진다. ‘퍼렇다’에 접사 ‘시-’가 와서 ‘시퍼렇다’라는 새말이 되듯 준말도 새로운 말이 되는 것이다. 동사와 형용사처럼 활용하는 말들에선 준말과 본딧말이 또 다른 차이를 보인다. ‘머물다’의 본딧말인 ‘머무르다’에는 접미사 ‘-어’가 붙어 ‘머물러’가 된다. 준말 ‘머물다’에는 ‘-어’가 붙지 않는다. ‘머물어’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2017-06-29 3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