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 류승완 감독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br>연합뉴스
“보석이 진흙탕 속에 있으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논란을 통해 영화의 진가가 더 잘 보이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1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영화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아무 논란 없이 무던하게 흘러가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면서 “영화를 둘러싼 어떤 식의 논쟁도 군함도를 알린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그러나 ‘군함도’가 친일 조선인의 악행을 부각한 것을 두고 ‘친일’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다루면서 일제가 나빴다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죠. 저는 이와 동시에 일제의 편에 서서 부역하면서 조선인을 못살게 굴었던 친일파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결국 반쪽만 다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보는 한편, 과거사 문제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청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류 감독은 “합리적인 비판이라면 받아들이지만, 합리적인 비판을 넘어 영화 자체를 왜곡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창작된 이야기라는 점은 처음부터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작된 이야기라 하더라도 제가 만들어낸 인물, 상황들은 역사적 배경과 사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다”며 “심지어 허구인 대규모 탈출장면조차 군함도 전문가와 군사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재현했다”고 말했다.

역사적 소재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일각의 비판에는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본분을 잊은 적은 없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말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저는 어떤 굳건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역사적인 소재를 다룰 때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역사적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 입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또 자칫 잘못 만들었을 때 앞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동료에게 피해가 가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류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영화가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로 가야 한다는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군함도’를 끝으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군함도’가 이룬 영화적 성취에 대해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시각적 연출이나 사운드 연출에서는 저의 전작들과 비교해봤을 때 제가 그동안 못했던 것을 해낸 지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탈출장면에서 수백 명의 조선인 목소리를 하나하나 재현했죠. 또 연출의 깊이와 넓이에 있어서 그 넓은 공간을 통제하고, 장면을 만들어낸 부분 등은 아마 다시 영화를 찍는다 해도 기존의 제 선택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그는 개성 강한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과 관련, “단선적인 구조가 아니라 군함도 내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각각의 캐릭터의 과거를 다 보여주면 과유불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 소재의 특성상 모든 것이 활화산처럼 넘쳐날 수 있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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