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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설거지 스펀지’ 폐렴·뇌수막염 세균 득실… 1㎤당 박테리아 500억개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설거지 스펀지’ 폐렴·뇌수막염 세균 득실… 1㎤당 박테리아 500억개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08-01 17:38
업데이트 2017-10-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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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TV만 틀면 채널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먹방’(먹는 방송)이라고 부르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들입니다.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음식과 출연자들이 과장된 행동으로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강한 의지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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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스펀지  사이언스 제공
설거지 스펀지
사이언스 제공
●獨연구팀 “노약자 감염 땐 낫기 힘들어”

TV에서만큼은 아니지만 맛깔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은 뒤 사람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싱크대를 가득 채운 냄비와 프라이팬, 그릇들을 보면서 ‘설거지를 언제 끝내지? 이럴 바에는 차라리 외식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더욱 외식을 부추기는 듯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다 못해 놀라 자빠질 정도입니다.

독일 기센주 유스투스리비히대학 응용미생물학 연구소, 푸르트반겐대학 의생명과학부, 헬름홀츠 환경보건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이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결과로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 7월 28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엌에서 설거지할 때 흔히 사용하는 스펀지에 폐렴과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세균을 비롯해 각종 박테리아와 병원균들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스펀지 속에 서식하는 세균 중 하나인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는 오래된 설거지 스펀지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의 원인입니다. 또 면역 체계가 약한 노약자들에게 병을 일으키는데 항생제에 내성까지 갖고 있어 일단 감염되면 낫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모락셀라 속(屬)에 포함되는 균들은 상(上)기도, 피부, 비뇨생식기에 상존하면서 숙주의 체력이 약해질 때 병원성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모락셀락 카탈랄리스는 급성 중이염의 원인이며, 모락셀라 라쿠나타는 급성 결막염,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와 넌리퀘파시엔은 패혈증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삶아도 세균 안 죽어… 매주 교체해야

연구팀은 무작위로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14개의 주방 설거지용 스펀지에서 미생물 유전자(DNA)를 추출해 분석하고 ‘공초점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FISH?CLSM)으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스펀지 속에서 엄청난 양의 미생물과 병원균들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스펀지를 정기적으로 뜨거운 물에 삶거나 전자레인지에 넣어 고온으로 소독을 했다고 하더라도 병원균과 미생물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며 소독을 하지 않은 스펀지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하거나 도리어 더 많았다는 점입니다.

현미경으로 관찰된 스펀지 내 박테리아의 밀도는 ㎤당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의 7배 정도인 500억개를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박테리아들이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정도의 박테리아 밀도는 사람 대변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랍니다. 좀 지저분한 비유겠지만 오래된 스펀지로 설거지를 하는 것은 화장실에 버려진 휴지를 갖고 그릇이나 냄비를 문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입니다.

마르쿠스 에거트 푸르트반겐대 의생명과학부 교수는 “수많은 세균의 온상인 설거지용 스펀지에 대한 해결책은 소독이나 삶는 것이 아니라 매주 새것으로 교체해 사용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dmondy@seoul.co.kr

2017-08-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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