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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m 우승 킵예곤보다 빛난 세메냐의 역전 동메달

1500m 우승 킵예곤보다 빛난 세메냐의 역전 동메달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8-08 06:48
업데이트 2017-08-0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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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1500m를 우승한 페이스 킵예곤(케냐·4분02초59)보다 더 빛나고 화제를 모은 건 결승선 200m를 남기고 중계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았던 제니퍼 심프슨(미국)과 캐스터 세메냐(남아공)의 분전이었다.

세메냐는 8일 영국 런던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이어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선 내내 중하위권에서 달렸다. 이 종목에는 처음 뛰어보는 그녀였다. 올림픽 800m 금메달리스트로 오는 11일 오전 3시 25분 이 종목 예선에도 나서야 해 힘을 아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하게 했다. 보통 두 종목을 뛰는 선수들은 짧은 거리를 먼저 뛰고 나중에 먼 거리를 뛰는데 세메냐는 반대여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관심거리가 됐다. 더군다나 이 종목은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종목이다.

결승선 200m를 남기고는 어디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스퍼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잘해야 6위, 못하면 7위로 결승선을 통과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셋을 한꺼번에 제친 뒤 로라 뮈어(영국·4위)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4분02초90,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값진 동메달을 따낸 뒤 나동그라졌다. 전날 여자 100m를 제패한 토리 보위(미국)처럼 상체를 내던진 결과였다. 오히려 조금만 더 일찍 스퍼트를 했더라면 금메달도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프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깥 쪽으로 스퍼트를 한 세메냐와 달리 그녀는 안쪽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해 시판 하산(네덜란드·5위)등 두세 명과 뮈어를 단숨에 제치고 킵예곤 다음으로 4분02초76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값진 은메달을 쟁취했다.

1500m를 달려 메달의 색깔을 가른 것은 100분의 31초 안에서 갈렸고, 뮈어는 4분02초97, 하산이 4분03초34로 조금 처졌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폴라 래드클리프는 “세메냐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것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결승선에 몸을 던졌다. 그녀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난 그녀가 800m에서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페이스 킵예곤(왼쪽 두 번째·케냐)이 8일 여자 1500m 결선에서 왼손을 번쩍 들어 우승을 알리고 있다. 왼쪽부터 막판 스퍼트로 동메달을 차지한 캐스터 세메냐(남아공), 킵예곤, 아깝게 메달을 놓친 4위 로라 뮈어(영국), 역시 극적인 스퍼트로 은메달을 차지한 제니퍼 심프슨(미국). 런던 AP 연합뉴스


페이스 킵예곤(왼쪽 두 번째·케냐)이 8일 여자 1500m 결선에서 왼손을 번쩍 들어 우승을 알리고 있다. 왼쪽부터 막판 스퍼트로 동메달을 차지한 캐스터 세메냐(남아공), 킵예곤, 아깝게 메달을 놓친 4위 로라 뮈어(영국), 역시 극적인 스퍼트로 은메달을 차지한 제니퍼 심프슨(미국).
런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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