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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폭우 속 6일간 풀 움켜잡고 버틴 실종 노인…극적 구조

폭염·폭우 속 6일간 풀 움켜잡고 버틴 실종 노인…극적 구조

입력 2017-08-17 16:01
업데이트 2017-08-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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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6일만에 수풀 사이에 엎드려 있는 모습 헬기수색 끝에 포착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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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상면의 한 계곡 옆 수풀에서 6일째 실종 중인 노인이 누워있는 모습이 헬기가 발견했다. 사진은 헬기에서 촬영한 실종 노인의 모습(붉은원).  전남 광양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상면의 한 계곡 옆 수풀에서 6일째 실종 중인 노인이 누워있는 모습이 헬기가 발견했다. 사진은 헬기에서 촬영한 실종 노인의 모습(붉은원).
전남 광양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전남 광양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60대 노인이 실종 6일 만에 살아서 발견됐다.

이 노인은 불볕더위와 폭우가 내린 6일 동안 계곡 옆 수풀에서 풀을 붙잡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A(65)씨가 사라진 것은 지난 11일 오전이다.

사건 당일 오전 A씨는 동네에서 주민을 만나 “운동 간다”는 간단한 대화를 나눈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A씨의 아내(63)는 A씨가 광양의 다른 지역의 아들 명의의 빈집에 마실간 줄 알고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다.

비가 많이 내린 14일까지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빈집에 찾아가 봤지만, A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서둘러 파출소로 달려가 ‘남편이 사라졌다’고 신고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A씨가 동네 CCTV에 찍힌 모습을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지도 않고 마을 주변에서 사라진 사실을 밝혀냈다.

A씨가 실종된 지난 11일 광양의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치솟아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사흘이 흐른 뒤에야 주변 수색에 나선 경찰은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200여 명이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A씨의 아들, 아내, 딸, 사위, 일가친척, 마을 주민 등 10여 명도 직접 나서 주변 야산을 매일 뒤지며 경찰과 함께 수색했다.

번번이 수색에 실패하기를 사흘째 누군가는 ‘이제는 찾아도 살아계시기는 힘들다’는 조심스러운 우려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16일 오후 4시 28분께 저공비행을 하며 수색을 하던 헬기가 A씨의 집 주변 2.5km 정도 떨어진 계곡 풀숲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형상을 발견했다.

경찰은 곧장 현장으로 뛰어가 6일째 누워있던 A씨를 발견했다.

A씨의 손과 얼굴 일부는 감염돼 피부가 괴사했으나, 가쁜 숨을 힘겹게 내쉬는 등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의 손은 풀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A씨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무더운 날씨에 운동에 나섰다가 기력이 쇠해 수풀 사이에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경보는 지난 12일 해제됐지만, A씨가 수풀 사이에 누워있던 기간인 지난 14일에는 광양에 하루 동안 74.5㎜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A씨는 폭염과 폭우를 견디며 꼬박 6일을 버틴 것이다.

동네 주민 A씨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며칠 전 발견 위치 주변의 풀을 벤 한 농민은 “아이고 내가 이 옆 풀을 벴는데도 못 봤네”하고 한탄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A씨는 현재 가족들의 이름만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이 쇠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가 감염돼 괴사가 진행돼 풍병(風病)이 발병할 우려가 있어 지속적이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A씨의 아들 등 가족들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실종돼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헌신적으로 수색해 찾아줘서 고맙다”며 경찰에 거듭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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