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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 식단에서도 사라진 계란…더 서러워진 취약계층

‘밥퍼’ 식단에서도 사라진 계란…더 서러워진 취약계층

입력 2017-08-18 16:53
업데이트 2017-08-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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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에 무료급식소도 계란 제공 중단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노숙인과 홀몸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소의 식단에서도 계란이 사라지고 있다.

싼 가격에 단백질 등 필수 영양분을 제공하는 계란이 식단에서 자취를 감추자 가뜩이나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소외 계층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18일 동대문구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는 ‘밥퍼나눔운동본부’의 점심 식단은 현미밥, 청국장 찌개, 멸치아몬드볶음, 가지나물, 김치 등 1식4찬이었다.

당초 계란찜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계란 파동이 발생하자 멸치아몬드볶음으로 대체했다.

최홍 밥퍼나눔운동본부 부본부장은 “살충제가 검출된 지역이 퍼지고 있어 당분간 계란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단백질 공급을 위해 계란 대신 밥에 콩을 섞거나 비용부담은 있지만 고기를 제공하는 쪽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부본부장은 이어 “어르신들은 저작 능력이 떨어져 부드러운 것을 좋아해 계란찜 등을 많이 제공했는데 어렵게 됐다”면서 “(계란) 가격도 더 오를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밥퍼에서 식사한 신 모(71) 씨는 “돈이 없어 계란 사 먹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겐 밥퍼에서 나오는 계란 반찬이 참 좋았다”면서 “당분간 계란은 구경도 못 하게 생겼다”고 아쉬워했다.

김 모(73) 씨는 “의사가 다양한 반찬을 골고루 섭취하라고 해서 밥퍼에 온다”면서 “다른 반찬들을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할 뿐이지만 계란이 빠지는 게 제법 섭섭하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무료진료시설과 급식시설을 운영하는 요셉의원도 이번 주부터 식단에서 계란을 빼기로 했다.

한동호 요셉의원 사무국장은 “매주 목요일마다 요셉의원을 찾는 환자들과 인근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계란에 대한 우려가 커져 이번 주부터 계란이 필요하지 않은 메뉴로 식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 가운데는 당뇨병 환자가 많다”면서 “매주 이들을 위해 맥반석 계란 1천500개와 무가당 두유를 제공해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경기 성남의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에서 일하는 한 영양사는 “사실 지난해 말부터 계란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계란을 내놓는 빈도가 이전보다 줄었다”면서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젠 살충제 우려로 계란을 못 쓰게 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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