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지구 밖에서 미래의 탐욕을 보다

지구 밖에서 미래의 탐욕을 보다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7-08-18 17:50
업데이트 2017-08-18 18:5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듀나·김보영·배명훈·장강명 지음/한겨레출판/306쪽/1만 3000원
이미지 확대
우주를 탐험하고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에도 차별과 억압, 통제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작가가 태양계 행성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공통된 설정으로 공상과학소설(SF)집을 내놨다. SF 형식을 빌렸을 뿐 과학적 상상보다는 지구 밖에서 바라본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이야기 ‘당신은 뜨거운 별에’(장강명)는 금성 탐사에 파견된 천재 과학자 어머니 유진과 딸 마리가 우주탐사 다큐멘터리 쇼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마리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수년간 금성 탐사를 해 온 어머니로부터 구해 달라는 암호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AI 로봇이 육체적 활동을 대신하는 금성 탐사선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는 대기업과 미디어의 횡포 속에서 유진과 마리는 탐사선을 벗어나 자유의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휴가 기간 중 화성 식민지 청사를 지키던 여성 공무원이 갑자기 발생한 비상 상황에 혼자 대응하는 ‘외합절 휴가’(배명훈), 타이탄으로 구조를 떠난 우주선이라는 고립 공간 속에서 갈등과 폭력이 벌어지는 상황을 AI의 시점에서 묘사한 ‘얼마나 닮았는가’(김보영),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느 날 낯선 여자가 아이들에게 찾아오며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두 번째 유모’(듀나) 등 장소만 달라질 뿐 네 편의 소설은 모두 부조리한 사회시스템과 거대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다. 소설 속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지만 작가들이 전달하려는 진짜 메시지는 제목에 있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7-08-19 19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