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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말라버린 세월호…가라앉은 세월들

[커버스토리] 말라버린 세월호…가라앉은 세월들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7-08-25 21:12
업데이트 2017-08-2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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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150일… 수색 현장을 가다

부실 수색 논란 속에 지난 22일 중단됐던 세월호 침몰 해저면 수중수색 작업이 사흘 만인 25일 재개됐다. 정부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세월호를 인양해 지난 4월부터 수색을 본격화했지만 미수습 희생자 9명 가운데 5명은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수색 15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찾은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현장은 여느 때처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수습자들의 발견이 늦어지면서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였다.
304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바다에서 사그라지고, 전 국민들이 슬픔을 가슴에 묻은 지 1227일째인 24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선내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수색 작업이 진행된 지 150일이 지났지만 부실 수색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04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바다에서 사그라지고, 전 국민들이 슬픔을 가슴에 묻은 지 1227일째인 24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선내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수색 작업이 진행된 지 150일이 지났지만 부실 수색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꼭 돌아오세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세월호 참사 1227일째. 세월호 수습 현장 바깥 담장에는 시민들이 남기고 간 노란 리본들이 날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목포신항 주변은 인적이 거의 없이 고요했다. 신분 확인 뒤 신항 내부에서 세월호 현장으로 가는 길에는 선체에서 나온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자동차와 각종 잔해물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3년 묵은 펄에서 풍겨 나오는 짜고 쾨쾨한 냄새가 연신 코를 찔렀다.

거대한 세월호는 뙤약볕에 가로로 길게 누워 있었다. 객실 수색은 사실상 끝났고 해저면과 충돌 시 찌그러진 부위와 모서리 등을 점검하고 있었다. 화물칸 2개층 중 1개층도 수색 종료가 목전에 와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숙소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작업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크레인들이 세월호 화물칸에서 진흙으로 범벅이 된 자동차들을 들어 올려 지상으로 내렸다. 바퀴는 찌그러졌거나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파란 작업복을 입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관은 자동차가 내려오자마자 다가가 현장의 진실을 밝혀 줄 블랙박스 수거에 나섰다. 블랙박스는 진흙에 덮여 엉망진창이었으나 세척 후 다소 녹슨 부분을 빼고는 금세 제 모습을 되찾았다.

현장 작업을 하는 코리아샐비지 직원들은 차에서 나온 진흙을 수거해 포대에 담아 세척하는 장소로 이동시키는데 작업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선조위 조사관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채근하기도 했다.

한쪽에선 화물칸에서 나온 진흙 등을 세척해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갈, 유리 조각, 조개껍데기 등이 체에 담겨 있었고 육안으로 보면서 손으로 거르고 있었다. 선조위 관계자는 “선체 내부 석면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며 “객실 작업은 거의 다 끝났고 화물칸 차량도 160대 이상 꺼낸 상태인데 아직 화물칸에 철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에 따르면 25일 기준 반출된 차량은 185대 중 176대(95.1%), 철근은 112.2t을 꺼낸 상태다. 수거된 유류품은 5022점에 달했다.

맹골수도 해역에서는 지난 22일 2차 수중수색이 가족들 요청으로 중단됐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퍼 올린 진흙더미에서 뼈인지 돌멩이인지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어설프게 대충 본 뒤 호스로 물을 뿌려 바다에 다시 버리고 있는 걸 확인했다”며 “보완 작업을 하든, 새로운 수색 방안을 내놓든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25일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현장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색 작업은 ①세월호 선내에서 크레인으로 옮겨진 잔해를 마대에 담아 ②대형 욕조에서 1차로 물로 세척한 뒤 ③다시 작은 바구니에 옮겨 담은 후 ④손으로 일일이 2차 세척을 해 ⑤최종적으로 잔해 속에서 사람 뼈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5일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현장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색 작업은 ①세월호 선내에서 크레인으로 옮겨진 잔해를 마대에 담아 ②대형 욕조에서 1차로 물로 세척한 뒤 ③다시 작은 바구니에 옮겨 담은 후 ④손으로 일일이 2차 세척을 해 ⑤최종적으로 잔해 속에서 사람 뼈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인양 당시 해양수산부는 유실방지망 등을 설치해 유실 가능성이 낮다고 재차 설명하고 두 달에 걸쳐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여러 번 종횡하며 1차 수중수색을 마쳤지만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2차 수색에서 현재까지 6점의 사람 유해가 추가로 발견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상처럼 할 수는 없지만 세월호 선조위도 감독하고 있고 조사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구해 철저하게 하고 있다”며 “약 0.7㎜ 간격의 체 면적을 넓혀 진흙 등을 넓게 펴서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고 빠진 부분들에 대해서도 반복해 점검한 뒤 보내기로 보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흙에 대한 선별 작업은 비전문가인 상하이샐비지 직원들이 오롯이 하고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돼지 뼈 같은 건 분리를 잘 해낼 수 있어도 사람 뼈 판단은 쉬운 일이 아닌데 비전문가들이 유해와 진흙을 대충 보고 버리니 신뢰가 별로 안 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직 찾지 못한 미수습자는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혁규군 부자 등 5명이다.

인양 당시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세월호 현장엔 추모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광주에서 온 김미경(68)씨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어떻게든 찾아 유족들 품으로 모두 다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이민균(42)씨도 “1차 수색이 미흡한 것 같은데 착실하게 잘해 2차 수색에서는 모두 찾길 바란다”며 “좀더 가까이 세월호를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만큼 정부에서 최선을 다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목포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7-08-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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