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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항생제 없소… 뛰어 논 닭… 건강한 삶 돼지

[포토 다큐] 항생제 없소… 뛰어 논 닭… 건강한 삶 돼지

박윤슬 기자
입력 2017-09-10 17:28
업데이트 2017-09-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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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형’ 농장을 가다

“정유재란(丁酉再)이 아니라 정유계란(丁酉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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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조 더불어 행복한 농장 대표가 젖먹이 어린 돼지와 코를 맞대고 교감을 나누고 있다.
김문조 더불어 행복한 농장 대표가 젖먹이 어린 돼지와 코를 맞대고 교감을 나누고 있다.
정유년인 올해 서민들의 기본 먹거리인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동을 빗댄 것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가금류의 공장식 밀집사육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이끌어냈다. 물론 살충제 계란이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에서 비롯된 면도 있지만 밀집사육도 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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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행복한 농장의 돼지들이 폭신한 왕겨가 깔린 넓은 사용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행복한 농장의 돼지들이 폭신한 왕겨가 깔린 넓은 사용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좁고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각종 스트레스와 질병에 노출된 가축들은 그 자체로도 위험할 뿐 아니라 살충제와 항생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롯이 이를 섭취하는 인간에게 그 피해가 간다. 그 대안으로 ‘동물복지’가 떠올랐다. 인간이 동물에게 윤리적 책임을 가지고 동물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하는 것, 건강하고 행복한 축산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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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목장 산란계 방사장에서 한 토종닭이 횃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제동목장 산란계 방사장에서 한 토종닭이 횃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제주 조천읍 교래리 한라산 해발 400m 산기슭엔 환경친화적 사육을 하는 제동목장이 있다. 제동 토종닭들은 방사로 키워진다.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진드기나 기생충을 없애는 ‘흙목욕’도 한다. 날갯짓을 하며 횃대 위에 앉아 쉬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적으니 그만큼 질병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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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목장의 한우들이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제동 목장의 한우들이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353만 1000㎥(약 107만평) 규모의 방목지에서는 소들이 자유롭게 노닐며 풀을 뜯는다. 자연 재배된 방목초와 건초만을 먹여 키우는 ‘그래스 페드’(Grass fed) 한우다. 이렇게 자란 한우는 인위적 마블링이 아닌 아미노산과 오메가3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경남 거창에 있는 더불어 행복한 농장의 김문조 대표는 2005년 독학으로 유럽의 사례를 연구해 직접 동물복지 시설을 갖췄다. 지난해엔 동물복지축산물인증 1호 돼지농장이 됐다. 동물복지농장 인증뿐만 아니라 도축장 인증, 운송차량 인증까지 마쳐야 받을 수 있는 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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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목장의 토종닭들이 산란계 방사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토종닭들은 무항생제 사료와 제주 천연 암반수, 목장에서 직접 재배한 파프리카를 먹고 자란다.
제동 목장의 토종닭들이 산란계 방사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토종닭들은 무항생제 사료와 제주 천연 암반수, 목장에서 직접 재배한 파프리카를 먹고 자란다.
이곳의 돼지들은 푹신한 왕겨가 깔린 넓은 사육장에서 길러진다. 사육장에는 돼지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도 있다. 스피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픈 돼지는 별도의 약물 처리를 하지 않고 일반 사육시설보다 쾌적한 공간으로 격리해 스스로 병을 극복한다.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 자라는 돼지는 출산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높아져 더 잘 자란다. 높은 사료요구율(1㎏ 성장하는 데 먹는 사료량)덕분에 사룟값만 매달 10~15% 절약된다. 폐사율도 관행 사육 농가의 4분의1 수준이다.

동물복지농장을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김 씨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없으면 제2, 3의 농장이 나올 수 없다”면서 “소비자의 시선과 관심이 산업을 서서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는 축산 패러다임을 밀집 사육에서 동물복지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입법 및 정책을 확대해왔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부와 생산자, 소비자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7-09-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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