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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한 달] ① 할퀸 상처 여전…이재민, 유난히 추운 겨울

[포항 지진 한 달] ① 할퀸 상처 여전…이재민, 유난히 추운 겨울

강경민 기자
입력 2017-12-13 09:33
업데이트 2017-1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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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불던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대 입구. ‘힘내라 한동인, 함께 가자 한동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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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통제
출입통제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앞에 위험건물이어서 출입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건물은 지난달 15일 지진으로 건물이 기울고 균열이 가는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포항에 있는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가 한동대 학생과 교수·교직원을 응원하기 위해 붙인 것이다.

한동대는 지난달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내부 천장과 벽 파편이 떨어졌다.

벽돌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고 학생들이 대피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나 방송으로 급속히 퍼지기도 했다.

한동대는 피해 복구를 위해 지난 3일까지 휴업을 하고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대체했다.

지진이 난 지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한동대는 아직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지는 못했다.

건물 외부 여러 곳에는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와 안전망을 비롯해 건설자재가 놓여 있다.

건물 내부에도 보수공사를 하거나 페인트를 칠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경영학부 4학년 김영한(26)씨는 “휴업하는 동안 집에서 지내다가 학교에 복귀했는데 생각만큼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고 다들 잘 적응해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학생도 “건물 외부는 부서진 데가 좀 있어도 강의실은 큰 문제가 없다”며 “지진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지진 피해가 난 포항 북구 일대는 한동대처럼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포항시는 지진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를 대부분 치웠다.

복구공사도 여기저기 본격적으로 하고고 있다.

북구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항에서 남구 동해면 석리를 잇는 영일만대로에는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지진으로 일부 도로와 다리에 금이 가고 지반이 아래로 조금 꺼졌다.

시는 지반이 침하하거나 균열이 심한 곳에는 아스콘으로 포장을 마쳤다.

남송IC교와 곡강1교는 신축 이음장치나 교량 받침대가 일부 부서져 아직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필로티 구조인 북구 한 건물에서도 지진으로 부서진 기둥을 수리하는 공사가 진행하고 있다.

보수업체는 벽이 없는 곳에 H빔을 세워 건물을 받치고 강판으로 기둥을 보강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부서진 기둥을 보니 철근을 제대로 쓰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처음부터 제대로 공사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지진이 할퀴고 간 상처가 그대로 남은 곳도 많다.

흥해읍 이인리에 있는 포항역은 지진으로 천장 상당 부분이 부서진 뒤 망으로 막아놓았고 부서진 유리는 아직 복구하지 못했다.

일부 매장은 영업을 중단했고 엘리베이터는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보수하기 위해 사용을 중지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안전점검 결과 포항역은 구조적으로 안전하나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일부 지역은 출입을 금지했다”고 출입 통제 안내문을 붙였다.

이날 찾아간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단지는 황량했다. 지진으로 기둥이 내려앉고 심지어 건물이 기울었다.

6개 동 가운데 건물이 많이 부서진 D·E·F동 주민은 대부분 이사했거나 가재도구를 빼놓았다.

아파트 주변에는 버리고 간 장난감, 가구, 쓰레기 등이 흩어져 있다.

이사하며 열어놓은 문과 창문에 내려앉은 기둥, 금 간 벽, 깨진 유리 등으로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주민은 “외부에 집을 얻어서 나가 있는데 아직 주소를 이전하지 않아 우편물을 가지러 한 번씩 온다”며 “아파트가 기울어져 집에 들어갔을 때 여진이 올까 봐 겁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재민이 임시로 거주하는 흥해체육관은 각종 지원단체 천막과 인파로 어지럽던 지진 발생 초기와 비교하면 차분했다.

현재 187가구 402명이 살고 있다.

대성아파트, 한미장관아파트를 비롯해 집이 부서진 흥해 주민이다.

이주 대상인 대성아파트 주민 상당수는 임대아파트를 구해 나갔다.

그러나 이주 결정이 나지 않은 한미장관아파트를 비롯한 다른 피해 주민은 막막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 이재민은 “새벽에는 체육관이 얼마나 추운지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견디기 힘들다”며 “콘크리트 바닥이라서 냉기가 그대로 올라 오니 아침에 보면 텐트 아래에 물이 흥건할 정도로 습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보다도 이재민이 힘든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포항시는 한미장관아파트는 금이 가기는 했지만, 안전점검 결과 사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장관아파트 주민은 기둥에 금이 가서 불안하다며 안전점검을 다시 받고 있다.

한 주민은 “집에 가서 사는 것도 불안하고 체육관에서 사는 것도 피곤하다”며 “만약 2년간 임시주거지를 구하더라도 2년 만에 집을 다시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고 털어놓았다.

직접 피해를 본 이재민이 아니더라도 상당수 포항시민은 여전히 지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구 양덕동에 사는 이모(40)씨는 “맞벌이라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둘이서 집에 있다가 지진을 겪은 뒤로 지금까지도 불안해한다”며 “겉모습은 차츰 평온을 되찾는 것 같아도 마음속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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