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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으로 본 한국… 질서 지향의 나라

성리학으로 본 한국… 질서 지향의 나라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7-12-29 22:50
업데이트 2017-12-30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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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오구라 기조 지음/조성환 옮김/모시는 사람들/272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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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유교 국가다. 조선시대의 통치 이념이었던 성리학이 사회 전반에 두텁게 깔려 있다. 성리학은 이(理)와 기(氣)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이’는 도덕과 이념, ‘기’는 욕망과 현실을 뜻한다. 성리학만 놓고 보면 고리타분하고 별 재미도 없다. 한데 이를 현대 한국을 분석하는 잣대로 쓰면 매우 흥미진진해진다. 새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가 시도하는 방식이 바로 그렇다. 사실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종전의 방법들은 대개 서양의 철학이나 사회과학 이론들이었다. 반면 책은 유교를 방법론 삼았다. 다소 뻔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생경하고 이질적인 한국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건 그 때문이다. 저자가 서울대에서 8년을 지낸 일본인이란 점도 관심을 끈다. 외국인이 정작 우리는 시도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해부하는 과정이 퍽 흥미롭다.

저자는 ‘이’와 ‘기’로 한국 사회 곳곳을 들여다본다. 정치판부터 여염의 밥상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 자주 한국과 일본의 비교를 곁들인다. 비교 덕에 여태 몰랐던 유교 국가 한국의 또 다른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흔히 ‘혼돈의 나라’로 여겨진다. 어지러운 시장, 난폭하게 질주하는 자동차 등에서 무질서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견해는 다르다. 한국은 강렬한 질서 지향의 나라다. 질서는 곧 ‘이’다. 한국에 혼돈적 요소가 강렬한 것은 한국인의 질서 지향성이 강렬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저자는 성리학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이’를 선호하게 만든 게 아니라 ‘이’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성리학에 열광하게 만든 것이라고 봤다.

조선시대에는 완전무결한 도덕을 쟁취하는 순간, 그러니까 ‘이’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쥐는 순간 권력과 부가 굴러 들어왔다. 반대의 경우는 물을 것도 없다. 한순간에 권력도 부도 잃었다. 심지어 목숨까지 내놔야 했다. 무력이 아닌 이론으로 투쟁한 것이다. 이런 습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늘 다른 이들에게 소리 높여 표현해야 하고, 자신의 ‘이’의 함유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저자가 한국 사회를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라거나 “한국 사회 전체가 주자학이고 한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자학인 곳”이라고 표현한 건 이 때문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7-12-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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