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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통화·가상증표…뭐라 불러야?

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통화·가상증표…뭐라 불러야?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1-14 10:13
업데이트 2018-01-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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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기술 방식 강조…국내선 ‘가상화폐’가 일반적정부 용어는 ‘가상통화’…법무부 ‘가상증표’ 주장

최근 국내외에서 투자·투기 열풍이 일고 있는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리플(XRP) 등 영어로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라고 흔히 불리는 부류의 디지털 결제 수단을 우리말로 뭐라고 불러야 할지 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암호화폐’라는 말을 즐겨 쓰지만, 언론에서는 ‘가상화폐’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정부·공공기관에서는 ‘가상통화’라는 말이 주로 쓰였으나, 법무부가 최근 ‘가상증표’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면서 혼란이 더 심해졌다.

사실상 같은 대상을 지칭하기 위해 다른 용어를 쓰는 이런 상황은 잠재적 규제 대상인 크립토커런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과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관련 정책과 법규가 정립되기 전에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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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AFP 연합뉴스
비트코인.
AFP 연합뉴스
◇ 암호화폐

현재 영어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에 가까운 용어다. 국내 업계 1위인 빗썸을 비롯해 업비트, 코인원 등이 이 용어를 쓰고 있다.

영어의 ‘currency’를 ‘통화(通貨)’로, ‘money’를 ‘돈’ 또는 ‘화폐(貨幣)’로 직역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암호통화(暗號通貨)’라는 직역 표현도 가능하지만, 우리말에서 ‘通貨’와 ‘通話’가 동음이의어인 탓에 ‘암호화해 도감청을 방지하는 전화통화’라는 뜻으로 오해될 우려가 크므로 잘 쓰이지 않고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자리를 잡았다.

암호화폐라는 용어는 전산과 통신 분야에 쓰이는 암호학(cryptography) 기법을 폭넓게 활용해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디지털 결제 수단이라는 의미에서 널리 쓰인다. 기술적 기반이 암호학임을 강조하는 명칭이다.

◇ 가상화폐

수년 전까지 영어권에서 널리 쓰였으며 2014년부터 유럽연합 은행규제 당국이 사용중인 ‘버추얼 커런시(virtual currency)’의 번역어 중 하나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매체가 이 표현을 쓰며, 국내 업계에서는 코빗, 고팍스, 코인네스트 등이 이 용어를 쓰고 있다.

다만 이 용어가 지폐나 동전 등 물리적 실물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쓰이는 전자적 결제 수단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는 경우가 많아,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삼성페이·애플페이 등 전자지급서비스, 그리고 경우에 따라 전자상품권 등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돼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도 “일부 환경에서는 (법화(法貨)인) 화폐처럼 작동하지만 진짜 화폐의 모든 특성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 교환 수단”이라는 일반적 뜻으로 ‘가상화폐’라는 말을 쓰고 있으며, 전자상품권 등을 제외하고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을 가리킬 때는 이 말을 쓰지 않는다.

◇ 가상통화

‘버추얼 커런시’의 또다른 번역어로, 직역에 가깝다. 작년 12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들이 모인 정부 긴급대책회의 당시에도 이 용어가 쓰였다. 한국은행을 포함해 정부·공공기관들이 이 용어를 쓰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 용어를 처음부터 써 온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2016년까지 현지정보 보고서 등에서 ‘디지털통화’(digital currency)라는 표현을 썼으며 2017년 2월부터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작년 7월에 대표발의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도 ‘가상통화’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이 개정안은 ‘가상통화’를 “교환의 매개수단 또는 전자적으로 저장된 가치로 사용되는 것으로서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되어 발행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 정의하되, “화폐·전자화폐·재화·용역 등으로 교환될 수 없는 전자적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 및 전자화폐”는 범위에서 제외했다.

◇ 가상증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국내 크립토커런시 거래소 폐지를 위한 법안을 준비중이라고 11일 밝히면서 쓴 용어다.

당시 박 장관은 “법무부는 ‘가상화폐’ 용어도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가상증표’ 정도로 부르는 게 정확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법무부가 마련한 법안 초안 자체에 이 용어가 쓰였다.

‘가상’이라는 말을 붙이더라도 ‘화폐’나 ‘통화’라는 말을 쓰면 그 자체가 마치 정부가 공신력을 부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아예 그럴 여지를 봉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증표’라는 말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 탈중앙화 가상화폐

기술적 특성에 따라 전자적 결제 수단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FinCEN은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를 ▲ e-통화(e-currency)와 e-귀금속(e-precious metal) ▲ 중앙화된 가상화폐(centralized virtual currency) ▲ 탈중앙화된 가상화폐(de-centralized virtual currency)로 분류해서 보고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활발히 거래되는 크립토커런시는 ‘탈중앙화된 가상화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세계 시가총액이나 거래량에서 이더리움과 2∼3위를 겨루는 리플(XRP)은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특성이 함께 있기 때문에 여기 딱 들어맞지 않는다.

◇ 기타 용어

전자화폐·전자통화·디지털화폐·디지털통화 등 표현은 수년 전까지는 가끔 쓰였으나,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티머니나 전자상품권 등까지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문제점 탓에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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