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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탄도미사일 오경보’… 주민·관광객 38분간 패닉

하와이 ‘탄도미사일 오경보’… 주민·관광객 38분간 패닉

한준규 기자
입력 2018-01-14 23:08
업데이트 2018-01-1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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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부 직원 실수로 실제 발령…주민들 피난처 긴급대피 대혼란

로이터 “눈물·패닉 하와이 휩쓸어”
美정부 미사일 대처 능력 우려도
13일(현지시간) 오전 8시 9분 미국 하와이 주민의 휴대전화에 ‘하와이로 오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각 대피처를 찾아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떠 있다. 이 문자는 이날 오전 8시 7분에 발송됐다. 잘못된 경보였다는 하와이 주정부 비상관리국(HEMA)의 정정이 하와이 전체에 전달된 38분 동안 주민과 관광객이 극심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 떨었다. 하와이 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오전 8시 9분 미국 하와이 주민의 휴대전화에 ‘하와이로 오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각 대피처를 찾아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떠 있다. 이 문자는 이날 오전 8시 7분에 발송됐다. 잘못된 경보였다는 하와이 주정부 비상관리국(HEMA)의 정정이 하와이 전체에 전달된 38분 동안 주민과 관광객이 극심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 떨었다.
하와이 AP 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에서 13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 위협 경보가 정부 직원의 실수로 실제 발령됐다. 미사일 경보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한 우발적인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토요일 이른 오전 시간, 갑작스러운 ‘탄도미사일 발사 경보 메시지’는 하와이의 주민과 관광객들을 일순간 ‘패닉’에 빠뜨렸다. 특히 지난달 1일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주민 대피 훈련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뒤여서 공포감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와이 주정부는 “100킬로톤(kt)급 핵폭탄이 1000피트(305m) 상공에서 터질 때 반경 8마일(13㎞)에 있는 주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고 밝혔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하기에 앞서 하와이 태평양 사령부와 진주만 애리조나 기념관 등을 방문해 안보 태세를 점검하기도 했다.

●백악관·美 국방부도 초비상

하와이 주정부 비상관리국(HEMA)이 이날 오전 8시 7분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사람들은 피난처로 몰려들었고, 도로 위를 달리던 운전자들도 차를 버리고 인근 터널로 대피했다. 상점들은 황급히 문을 닫았다. 호놀룰루 지역 매체는 “경보 메시지가 발송되고 얼마 뒤 고속도로 H3에는 텅 빈 차량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천국에서 패닉으로’라는 제목으로 놀라 대피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은 “눈물과 패닉이 하와이를 휩쓸었다”고 전했다. 하와이 해변에서 보트를 타고 있던 루스 골드바움(69)은 CNN에 “약 15분 동안 지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하고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미국과 북한 간 긴장감 고조가 우리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이게(앞줄 오른쪽) 하와이 주지사와 번 미야기(왼쪽) HEMA 국장이 다이아몬드헤드의 비상관리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혼란을 야기한 원인을 설명하고 사과하고 있다.  하와이 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이게(앞줄 오른쪽) 하와이 주지사와 번 미야기(왼쪽) HEMA 국장이 다이아몬드헤드의 비상관리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혼란을 야기한 원인을 설명하고 사과하고 있다.
하와이 AP 연합뉴스
하와이 주정부는 13분 뒤인 오전 8시 20분쯤 트위터에 “하와이에 대한 미사일 위협은 없다”고 정정했고, 미 태평양사령부도 “하와이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은 감지되지 않았다. 앞선 메시지는 실수로 보낸 것”이라고 발표했다. HEMA 직원 한 명이 경보시스템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다가 버튼을 잘못 눌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정 내용이 전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내용이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정정 내용이 전달된 것은 경보 문자 발송 후 38분이 지난 뒤였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트위터에 “실수로 인한 핵전쟁 위험성은 가설이 아니다. 사고는 과거에도 일어났으며 인간은 또다시 실수할 것이다. 단순 실수가 수백만명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도록 더욱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남겼다.

●트럼프, 휴양지서 보고받아

한편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번 소동으로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초비상에 걸렸으며 미 정부의 미사일 대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말을 맞아 플로리다주 골프클럽에 있다가 관련 보고를 받았다. 경보 발령 직후 백악관은 적절한 대응책을 고심하기 위해 각 기관에 미친 듯이 전화를 걸어댔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미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공식 계획을 시험해보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까지 국토안보부 장관이었던 존 켈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이 대응 훈련을 계획했으나,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켈리 비서실장과 커스틴 닐슨 신임 국토안보부 장관의 지시로 지난달 미사일 대응 훈련이 이뤄지긴 했지만 차관급으로, 비상대응에 핵심 역할을 하는 장관급에서는 실행된 적이 없다.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30년간 이러한 계획을 시험하지 않았다. 장관급 훈련 없이는, 공격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각이 뭘 할지 알 것이라고 확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1-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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