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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투자사기 반년간 126명 붙잡혀…“최상의 사기 소재”

‘○○코인’ 투자사기 반년간 126명 붙잡혀…“최상의 사기 소재”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1-16 10:08
업데이트 2018-01-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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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에 투자하면 6개월 만에 배 이상의 큰돈을 만질 수 있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도 지급하겠다.”

‘가상화폐 열풍’ 속에서 이 달콤한 말을 믿고 3만5천명이 1천552억원을 투자했다가 돈을 날렸다.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가짜 가상화폐 ‘헷지비트코인’ 사기단의 감언이설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 등에 투자센터를 설립하고 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를 꾀고, 서로 보유한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거래소까지 운영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렇게 해서 챙긴 돈으로 총책 마모(45)씨 등은 필리핀 고급 주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일당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처럼 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해 ‘한탕주의’를 노린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6개월간 가상화폐 관련 투자사기로 검거된 인원이 41건 126명(구속 16명)에 달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코인’이라는 가짜 가상화폐를 내세워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후속 투자자에게서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등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운영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잠시 투자자들의 신뢰를 사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다단계 사기에서 전형적으로 많이 쓰이는 이른바 ‘폰지 사기(Ponzi Scheme)’ 수법이다.

‘한국형 가상화폐’를 개발해 해외 특허를 냈고, 대기업에서 투자를 받았다고 거짓 홍보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가짜 가상화폐를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화폐’라고 속여 시세차익을 노린 사기에 고등학생까지 가담했다는 논란도 일 정도로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돈을 번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피해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인생역전’을 꿈꾸며 이들의 계좌로 돈을 부쳤다.

가상화폐의 개념도 잘 알지 못한 채 큰돈을 벌 욕심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돈을 날린 투자자들도 많았다.

금융에 대한 지식이 없는 장년층 퇴직자들이나 가정주부 등이 유사수신 사기의 주된 먹잇감이 됐다.

현재까지는 ‘헷지비트코인’에 의한 피해자·피해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고 ‘코알코인’ 사기단도 5천700여명에게서 191억원을 챙기는 등 다른 가상화폐 사기 피해액도 상당한 규모다.

전북에서는 특별히 새로운 가짜 가상화폐를 내세우지 않은 비트코인 관련 투자 사기로 가정주부와 퇴직자 등 3천900여명에게 387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잡히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개념이 무엇인지 투자자들이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사기범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라며 “일확천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런 가상화폐를 소재로 한 사기에 넘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가상화폐를 투기로 볼지 투자로 볼지 정부도 명확히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선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해 보안시스템 정비·과열 방지 등 체계를 마련한 뒤 사기를 막을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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