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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풀꽃 편지]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

[나태주의 풀꽃 편지]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

입력 2018-01-28 22:10
업데이트 2018-01-2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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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의 일이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아내가 불렀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나오니 와서 보라고. 프로그램 중간부터 보았으므로 흐름을 빨리 알 수 없었는데 병원 이야기 같고 또 그곳이 외국인 것 같았다. 왜소하고 병약한 아이들이 자주 나왔고 깡마른 체구의 부모들도 나왔다. 아이들의 눈이 유난히 크고도 맑았다. ‘아가야 집에 가자. 어서 나아서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자.’ 앓고 있는 딸아이를 부여안고 노래 부르듯 울먹이는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애처로웠다.

병원 이야기의 김우정 의료선교사. 장소는 캄보디아의 헤브론병원. 김우정 선교사는 그곳에서 원장 일을 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단기 의료선교를 왔다 아이들의 커다란 눈망울에 붙들려 아예 캄보디아로 건너와 병원을 짓고 의료선교를 하기 11년째란다.

도대체 무엇이 김우정 선교사를 그 열악한 땅, 불편한 환경으로 불러들였을까. 가장 큰 요인이야 신앙심이겠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을 그분이 진정 알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애당초 인간은 이기적 존재다. 자기 것을 타인에게 주기보다 타인으로부터 받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경향이고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간혹 김우정 선교사같이 자신이 가진 것을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것을 타인에게 주기를 가장 좋아했던 분은 예수님이다. 그분은 인간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시고 또 당신의 육신마저 주셨다. 살아 있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목숨. 목숨을 담는 그릇은 육신.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의 몸을 통째로 인간을 위해 내놓으셨다. 이 얼마나 지극한 사랑인가! 이것을 깨달았기에 김우정 선교사는 결연히 안정된 삶의 터전을 버리고 가시밭길 같은 삶을 자청했으리라. 환자를 만나는 것이 기쁨이라니!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섬김의 지극한 실천이다.

김우정 선교사는 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130년 전 서양 의료선교사들로부터 복음과 의료를 받은 나라입니다. 앞으로 15년 안에 캄보디아 현지인들을 훈련하고 가르쳐 모든 것을 현지인들에게 맡기고 가방 하나 들고 훌훌 떠날 겁니다.’ 그것이 바로 오래전 외국의 선교사들로부터 우리가 받은 빚을 갚는 길이라 강조한다. 그러면서 서울의 양화진에 새겨진 선교사의 비문을 소개한다. 루비 켄드릭 선교사의 비문. ‘만일 나에게 천 개의 목숨이 있다면 그것을 나는 모두 한국에 주고 싶습니다.’

이 또한 감동이다. 이러한 마음들이 세상을 밝혔다. 이것이 진정 주는 기쁨이며 거룩한 마음이다. 보통 사람으로 볼 때도 그가 진정 성공한 인생이라면 남에게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리라. 축복받은 사람이라면 남에게 줄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가진 사람이리라.

실상 나는 타인에게 이것저것 나누어 줄만큼 좋은 조건이 되어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조그만 것이라도 남들과 나누기를 좋아하고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기를 좋아한다. 이것은 어려서 외할머니로부터 배운 하나의 습성. 외할머니는 30대 후반부터 청상과부로 살았지만 무엇이든지 남들과 나누기를 좋아했다. 먹을 것이 있어도 당신부터 챙기지 않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부터 챙긴 분이다. 동네에서 가장 마음씨 좋은 할머니로 통했고 또 그것은 그분을 평생 동안 감싸주는 울타리가 되었다.

받기를 좋아하는 것과 주기를 좋아하는 것은 방향성만 다르지 그 성질은 매우 비슷한 구석이 있다.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받은 것을 잊어버리고 계속 받기만을 원하는 것처럼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 또한 이미 준 것을 잊어버리고 계속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부디 하나님께서 김우정 선교사를 사랑하시고 또 사랑하시어 보다 오래 이 땅에 머물며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돌보아 주시고 사랑해 주실 것을 기도하며 간곡히 청원드리고 싶다.
2018-01-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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