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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 현실 반영 못하는 GDP 통계의 유효성 논란

디지털화 현실 반영 못하는 GDP 통계의 유효성 논란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3-19 15:31
업데이트 2018-03-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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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의 3% 규모 ‘소비자 잉여’ 전혀 반영 안돼, 찬반 양론

인터넷 이용자 대부분은 구글에서 검색하고 트위터로 리얼타임 정보를 얻는다. 이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디지털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다. 그렇지만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통계인 국내총생산(GDP)에 이 “공짜 풍요”는 반영되지 않는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치가 GDP의 3% 이상이라는 추산도 있다.

풍요로운 정도를 어떻게 파악해 통계에 반영해야 할까. 시대에 맞지 않게 된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유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하지만, 아직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음악을 내려받아 듣는 경우, 1만원 정도면 10곡이 수록된 앨범을 즐길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만 원 가까이 들여 CD 앨범을 사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전보다 1만 원 정도를 적게 들이고도 똑같은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차액 1만 원은 ‘소비자 잉여’라고 불린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보다 얻는 가치가 큰 경우의 차액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터넷상의 무료 또는 아주 싼 값의 제품이나 서비스 확산으로 소비자 잉여가 급증하고 있다.

‘잉여’는 주로 생산 원가가 내려가는 데서 생긴다.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복제비용은 제로에 가깝다. CD를 만들어 유통하는 것보다 훨씬 싼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고객의 거래 이력 통계나 광고수입 등과 등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 잉여는 더욱 불어난다.

잡지나 사전 등 다양한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앱으로 고화질의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고 여행사가 대행하던 호텔이나 승차권 예약도 인터넷에서 언제든 가장 싼 걸 고를 수 있는 등 스마트폰으로 대체된 서비스도 많다. 하지만 디지털화라는 기술혁신이 가져온 풍요로움은 국가의 풍요를 나타내는 GDP에서 통째로 빠져 있다.

야마구치 신이치 일본 고쿠사이(國際)대학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센터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블로그나 SNS 등 인터넷상의 정보공유·발신이 초래한 소비자 잉여는 일본 전체로 연간 15.7조 엔(약 15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GDP의 3.2∼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야마구치 연구원은 ”인터넷 정보발신 등은 GDP에 반영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우 큰 가치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DP는 1930년대에 전비조달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한 국가의 경제활동을 파악하는 자료로 고안됐다. 그래서 주로 생산량 파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디지털 서비스는 ”그에 수반되는 인터넷 광고수입은 반영되지만, 서비스 자체의 (GDP상의) 생산액은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제로“라는 게 총무성 통계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뿐 아니다. 기존 산업이 무료 디지털 서비스로 바뀌면 기존 산업의 생산액이 감소, GDP도 감소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인터넷 무료 동영상 배포 등의 영향으로 DVD 등 비디오 소프트의 작년 매출액은 13년 연속 감소, 2004년의 절반 규모로 축소됐다. 음악 CD 생산액도 절반으로 줄었다. 소비자의 편리성은 높아졌는데도 GDP에 나타나는 풍요로움은 사라지는 상황이 빚어지기 쉽게 된 것이다.

이런 뒤죽박죽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하지만, 아직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야카와 히데오 후지쓰(富士通)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진짜 알고 싶은 건 GDP가 아니라 소비자 잉여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풍요 정도“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잉여도 계량화해 통계로 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통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잉여를 포함하는데 대한 반대 의견도 많다. 개인이 어떤 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할지는 주관적인 판단이 포함되기 때문에 계측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고미네 다카오 다이쇼(大正)대학 교수는 ”GDP가 경기변동을 반영하지 못하게 돼 적절한 경제정책을 취하기 어렵게 됐다“면서도 원래 계측결과의 오차가 커 ”통계에 반영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 무리하게 하나로 하려 할 게 아니라 풍요를 보여주는 여러 가지 지표를 나열해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디지털 서비스 중에서도 민박이나 자동차 공유 등 개인 간 금전 거래가 발생하는 서비스는 GDP에 포함해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 간 금전 수수를 파악하는 일은 보통의 통계조사로는 어렵다.

니혼게이자이는 개인을 연결해 주는 중개업자의 정보로 보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국경을 초월한 매매도 많아 외국 중개업자에게서 어떻게 정보를 얻을지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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