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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뷰] 다시 살아나는 옛 도심, 다시 살맛나는 새 공간

[포토 다큐&뷰] 다시 살아나는 옛 도심, 다시 살맛나는 새 공간

이호정 기자
입력 2018-04-18 17:46
업데이트 2018-04-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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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도시재생 프로젝트… 현지인도 외지인도 문화·예술·창업 뿌리내리다

침체된 원도심(原都心)을 다시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5년.

소극적 정책과 예산 부족으로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새 정부 들어 법 개정과 예산 증액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목포시는 지난해 5월 지역 소상공인과 예술인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청년 창업가들에게 사업 지원 기회를 부여해 화제가 됐다.

올봄 공모를 통과한 업소와 문화공간들이 속속 개업하면서 지역경제와 문화활동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목포시의 ‘문화예술 및 청춘창업지원사업’ 공모에 접수한 팀은 341개로 문화예술, 외식, 서비스·판매·정보기술(IT) 분야에서 최종 41팀이 선발됐다. 이 중에는 목포가 고향이 아닌 외지인도 10팀이나 선정됐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인테리어 비용, 보증금, 월세 명목으로 최대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근대 역사문화 도시인 목포에는 유달산 자락에 수많은 일본식 적산가옥과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 있다. 독특한 주거 형태와 골목길 문화는 이제 트렌디한 도시관광상품이다.

도시관광은 창업과 함께 도시재생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다. 시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유달산 자락의 목포 구도심 목원동 일대 저녁풍경.
유달산 자락의 목포 구도심 목원동 일대 저녁풍경.
목공문화발전소 나무푸조&꾸보기 공방 대표 구순복(42)씨가 자신이 만든 나무도마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공문화발전소 나무푸조&꾸보기 공방 대표 구순복(42)씨가 자신이 만든 나무도마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공

목공문화발전소 ‘나무푸조&꾸보기 공방’ 빵도마, 수제볼펜 만들기 등 다양한 DIY 목공 체험을 할 수 있는 목공방. 1층에 실습장이 있다. 전시관인 2층은 수제차를 마시고 작품 판매도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청소년 진로체험, 가족단체의 취미체험을 하기 좋다.
어린이 전용 소극장 ‘아띠’에서 창작동화극이 공연되고 있다.
어린이 전용 소극장 ‘아띠’에서 창작동화극이 공연되고 있다.
#동심

소극장 마당 & 드라마예술센터 ‘아띠’ 어린이 전용 연극 소극장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을 한다. 관객으로 온 아이들의 창의력과 감성을 키워 주기 위해 직접 연극의 주인공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놀이극도 만들었다. 어린이와 가족 손님들의 인기가 높은 곳이다.
‘시네마라운지MM’
‘시네마라운지MM’
#영화

‘시네마라운지MM’ 독립영화, 다양성 영화들을 상시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소규모 영화관. 180인치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편안히 발 뻗고 관람할 수 있는 30여석 규모의 좌석을 갖췄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카페와 영화관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어 영화감상과 휴식, 토론을 하기에 오붓하다. 월회비 1만원에 모든 영화를 3500원(청소년 2500원)에 볼 수 있고, 청소년 영화제작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애견 전문용품화점 ‘쁘띠꾸숑’ 최정빈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하고 직접 만든 강아지 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애견 전문용품화점 ‘쁘띠꾸숑’ 최정빈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하고 직접 만든 강아지 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애견

핸드메이드 애견 전문용품화점 ‘쁘띠꾸숑’ 퀼트와 양재 강사 출신인 최정빈(43)씨는 수제로 강아지 옷과 방석 같은 애견 용품을 만들어 전시해 놓고 판매한다. 작은 애견 사이즈의 옷들이 많고 큰 개에도 입힐 수 있는 옷과 용품도 주문을 받아 만든다. 초보자도 손쉽게 패브릭 소품을 만들 수 있는 클래스도 개최한다.
꽃 한송이부터  인테리어용 주문까지 다양한 꽃장식을 만들어 짙은 행복을 전파하고 싶다는 플로리스트 박지희씨와 그의 꽃가게  ‘Ziten(짙은)’
꽃 한송이부터 인테리어용 주문까지 다양한 꽃장식을 만들어 짙은 행복을 전파하고 싶다는 플로리스트 박지희씨와 그의 꽃가게 ‘Ziten(짙은)’
#꽃향

플라워 숍 ‘Ziten’(짙은) 스스로를 ‘플라워 감성 코디네이터’로 명명한 플로리스트 박지희(32)씨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이번 공모에 참여하게 되면서 귀향했다. 그는 일상 속에서 꽃 한 송이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한 송이 꽃 프로젝트’, ‘월요병, 꽃으로 치유하기’와 같은 테마를 띄워 놓고 고객들을 맞고 있다. 꽃 향기, 사람 향기 짙은 소박한 도시를 꿈꾸고 있다.
목포시내 옛 지명 ‘만인계터’와 심리학용어‘mind getter(마음을 얻는 사람)’의 합성어를 간판으로 내건 심리상담 카페 ‘마인게터’. 김은아 대표(왼쪽)는 심리상담사다. 고민거리, 호기심을 갖고 찾아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목포시내 옛 지명 ‘만인계터’와 심리학용어‘mind getter(마음을 얻는 사람)’의 합성어를 간판으로 내건 심리상담 카페 ‘마인게터’. 김은아 대표(왼쪽)는 심리상담사다. 고민거리, 호기심을 갖고 찾아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마음

심리카페 ‘마인게터’ 목포 시내 옛 지명 ‘만인계터’와 심리학 용어 ‘마인드 게터’(mind getter·마음을 얻는 사람)의 합성어를 간판으로 내건 심리 상담 카페다. ‘만인계’는 근대 개항 시절 지방에서 도시기반 시설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일종의 복권계다. 복권 추첨으로 사람들이 붐볐던 그 터에 문을 열었다. 젊은 사장 김은아(28·여)씨는 심리상담사다. 스페셜티 커피를 내놓으며 고민을 갖고 오거나 호기심에 찾아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현대미술전시와 교육, 예술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공간 갤러리 HOZA. 갤러리 공동대표인 화가 윤형호(오른쪽)와 조각가 김경자씨 부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미술전시와 교육, 예술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공간 갤러리 HOZA. 갤러리 공동대표인 화가 윤형호(오른쪽)와 조각가 김경자씨 부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술

갤러리 ‘HOZA’ 현대미술 전시와 예술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공간. 갤러리 공동대표인 화가 윤형호(오른쪽·58), 조각가 김경자(왼쪽·60)씨 부부는 홍익대 대학원 시절인 1988년 결혼해 곧바로 고향 목포로 낙향해 활동해 온 지역 중견 작가다. 지역에서 작품을 해 왔지만 서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전시회를 열며 기반과 명성을 쌓았다. 윤 작가는 “도시재생사업을 계기로 구도심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역 청년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주민들과도 소통하는 대안적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라며 죽는 날까지 부인 김경자씨와 함께 지역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2018 남도의 수묵, 홀로그램과 만나다’를 기획해 서울과 목포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게스트하우스  ‘달꾸메’ 의 거실 풍경.
게스트하우스 ‘달꾸메’ 의 거실 풍경.
#여행

게스트하우스 유달산 기슭과 구시가지인 목원동 일대에서는 10여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외지 손님을 맞고 있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가정집처럼 분위가 조성돼 있는 곳이 많다. 옛 건축의 흔적을 인테리어로 활용한 곳도 있다. 게스트하우스 ‘달꾸메’ 대표 제갈경희(55·여)씨는 “여행의 추세가 단순 볼거리, 먹거리에서 체험형으로 바뀌면서 숙박 형태도 기존 업소보다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도시재생사업은 단기간의 경제적 성과로 성패를 가름할 수 없다. 흔한 골목상권처럼 인기 점포가 뜨고, 모방 업종이 생기고, 임대료가 인상되고 세입자가 쫓겨나는 형태의 악습이 되풀이되면 원도심은 도로 쇠퇴한 구도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겨우 살아나는 이 사업이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지자체의 꼼꼼한 사업 디자인 설계로 안착돼야 젊은 세대들의 미래도 열릴 것이다. 목포시의 외지인 공모는 참신했고, 사업은 모범적 출발하고 있다.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2018-04-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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