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월드 Zoom in] 日의 ‘대물림되는 금배지’…자민당, 개혁 추진했지만…

[월드 Zoom in] 日의 ‘대물림되는 금배지’…자민당, 개혁 추진했지만…

김태균 기자
입력 2018-06-20 22:52
업데이트 2018-06-21 00: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작년 중의원 26% ‘세습 의원’

아들 위해 선거 코앞서 은퇴해
기득권 반발에 개선안 유야무야
이미지 확대
지난해 10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465명 중 26%(120명·마이니치신문 집계 기준)는 이른바 ‘세습의원’이었다. 세습의원은 부모나 조부모 등 3촌(친가·처가·시댁·외가) 이내 친족이 의원을 지낸 선거구에서 당선된 의원을 뜻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손자 나카소네 야스다카, 고무라 마사히코 전 자민당 부총재의 장남 고무라 마사히로 등이 지난 선거에서 새로 국회에 입성했다.

여당인 자민당의 세습의원 비중은 전체의 34%에 이른다. 3명 중 1명꼴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물론이고 당권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수석부간사장도 아버지의 뒤를 이은 세습의원이다. 이들은 ‘지반’(아버지 등이 닦아 놓은 지역기반), ‘간반’(간판·지명도), ‘가반’(돈가방·자금력) 등 이른바 ‘3반’의 프리미엄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체 용납되기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의 정치 입문 환경이다.

자민당 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는 지난 15일 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 세습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확정하고 이달 중 아베 총리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개혁실행본부는 “의원 세습은 정당성의 증명과 유권자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우리 당 전체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밝혔다.

개선안의 핵심은 ‘세습 후보가 중의원 소선구에 입후보할 때에는 비례대표에 중복 입후보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현직 의원이 친족을 후계자로 내세울 경우에는 임기 만료까지 일정 기간 여유을 두고 사퇴 표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내걸었던 개혁의 기치에 비해서는 턱없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의견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의원직 사퇴 표명 시한의 경우 당초 원안에는 ‘의원직을 가족 등에게 세습할 경우에는 본인의 임기가 끝나기 최소 2년 전에 반드시 은퇴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아들 등에게 의원직을 물려주기 위해 선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사퇴를 밝히는 관행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촉박한 사퇴를 통해 공천 후보자들을 다양하게 검토할 시간을 당에 주지 않음으로써 가족·친족 공천을 유리하게 이끄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습의원들이 “의원이 너무 일찍 은퇴 의사를 밝히면 재임 중 힘이 약해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했고, 결국 개혁실행본부는 ‘은퇴 전 2년’이라는 시한을 삭제하고 ‘공모에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있는 시기’로 애매하게 후퇴했다. 세습의원의 부작용을 완화하려고 추진한 개선안이 결국 세습의원들의 힘에 밀려버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세습되지 않은 ‘자수성가’형 의원들일수록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도 세습의원들의 기득권 방어에 유용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직전인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 각종 비리나 실언 등을 많이 저질렀다. 당시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세습이 아닌) 공모로 선택된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비세습의 한 중진의원은 “세습의원들은 별로 고생을 모른다”며 “정치 입문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자신의 친족에게 의원 자리를 물려줄 계획을 갖고 있는 한 중견의원은 “선거구마다 사정이 다 다른데 부정확한 잣대로 의원 세습을 재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8-06-21 20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