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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대로… 작은 삶들이 모여 있었다

처음 그대로… 작은 삶들이 모여 있었다

입력 2018-09-06 22:26
업데이트 2018-09-0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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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민족의 도시’ 베트남 사파

해발 1650m 위치한 고원 도시
연평균 기온15℃ 반팔차림 여행객 당황
흐몽·자오 등 다양한 소수민족 거주
다낭·하노이와 다른 매력 즐길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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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화려한 빛깔의 옷을 입은 꽃 흐몽족 아낙들이 박하시장 한 편에서 국수를 먹고 있다. 사파에선 이처럼 다양한 소수민족과 만나고 그네들의 순박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울긋불긋 화려한 빛깔의 옷을 입은 꽃 흐몽족 아낙들이 박하시장 한 편에서 국수를 먹고 있다. 사파에선 이처럼 다양한 소수민족과 만나고 그네들의 순박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아시안 게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4강에 드는 성적을 거두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우리가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던 것처럼, 지금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최고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에도 타이밍이 있는데 아마도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뜻밖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요즘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베트남의 여행지는 다낭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인은 강릉 경포대에 다녀온 것 같다는 소감을 농담을 섞어 이렇게 늘어놓기도 했다. “가끔 베트남 사람들이 보이더라구.” 만약 당신이 하노이, 호찌민, 다낭을 이미 다녀왔다면, 그리고 베트남의 매력에 빠져서 베트남에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면 사파(Sapa)를 권해 드린다. 조금 더 베트남다운 베트남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파는 베트남 북서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라오까이(Lao Cai)에서 약 30㎞ 정도 떨어진 도시다. 하노이에서는 380㎞ 정도 떨어져 있다. 1922년에 만들어진 고원도시로 흐몽족, 자오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찾는 여행자들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도로가 많이 개선되어 접근하기가 쉬워져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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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앙 타 차이 마을 가는 길. 한 무리의 염소떼가 흙길을 건너고 있다. 레드 자오족이 사는 마을까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흙길을 따라 두어 시간을 달려야 한다.
지앙 타 차이 마을 가는 길. 한 무리의 염소떼가 흙길을 건너고 있다. 레드 자오족이 사는 마을까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흙길을 따라 두어 시간을 달려야 한다.
사파는 좀 춥다. 해발 1650m의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탓이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대다. 반팔에 슬리퍼 차림으로 사파 버스 정류장에 내린 여행자들은 적잖이 당황한다. 오들오들 떨며 어깨를 감싸 쥔다. 샌들 사이로 삐져나온 발가락은 오그라든다. 이런 여행자들을 위한 옷가게 들이 정류장 근처에 있다. 짝퉁 ‘노스OOO’ 상표를 단 초록색과 검은색 패딩을 잔뜩 걸어놓은 옷가게 주인들이 여행자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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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을 끝내고 집이 있는 지앙 타 차이 마을로 돌아가는 레드 자오족 모자.
하루 일을 끝내고 집이 있는 지앙 타 차이 마을로 돌아가는 레드 자오족 모자.
여행자들이 사파를 찾는 이유는 다양한 소수민족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사파에는 아직도 진짜 모습을 간직한 소수민족 마을이 있다. 대표적인 소수민족은 흐몽족이다. 19세기 중국에서 내려와 사파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지금도 사파 인구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흐몽족은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과 태국, 라오스 등 여러 나라에 거주하고 있다. 고산지대에 살며 과일이나 약초 등을 재배하고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을 기르며 살아간다. 블랙, 화이트, 레드, 그린, 플라워 등으로 명명된 여러 개의 그룹이 있는데 서로 약간씩 다른 관습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블랙 흐몽족은 짙은 남색으로 염색된 의상을 입고 원통 모양의 모자를 쓴다. 각반과 같은 정강이받이를 다리에 착용하고 은장신구로 몸을 많이 치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메인 스트리트에는 프랑스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프랑스 식민시대의 유산이다. 프랑스인들은 남쪽에 달랏을, 북쪽에는 사파를 자신들의 휴양지로 개발했다. 프랑스에 저항했던 게릴라들의 주둔지였던 까닭에 한동안 잊혀져 있던 사파는 1990년대 중반부터 마을 주변에 드넓게 형성된 스펙터클한 자연경관이 외국 배낭여행자들에게 알려지면서부터 관광지로 인기를 얻게 된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2018-09-07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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