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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르몬 회복돼야 가화만사성

성호르몬 회복돼야 가화만사성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09-13 18:08
업데이트 2018-09-1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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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이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찬반 엇갈린 두 권의 책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
존 그레이 지음/문희경 옮김/김영사/460쪽/1만 6800원


25년 전 베스트셀러 후속 작품
바뀐 사회상 반영한 관계기술서
직장에서 호르몬 균형 깨져 귀가
사생활 행복 위해 고유성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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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솔직히 나는 아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일로 많이도 다퉜다. ‘왜 저 여자는 별일도 아닌데 저렇게 화를 낼까’, ‘왜 저 여자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누나와 여동생이 있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돌이켜보면 ‘여자’에 관한 이해 자체가 부족했던 것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다 우연히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었다. ‘아, 여자는 원래 이런 생물이구나.’ 생각이 바뀌니 태도도 바뀌었다. 서가에 꽂힌 낡은 책을 바라보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책 때문에 내가 결혼하게 된 것은 아닐까….’ 물론, 아내 몰래 한숨을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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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남자에 관한 명쾌한 해석을 담은 전작 이후 25년이 지났다. 당시 마흔 초반이던 저자는 올해 67세다. 중간중간 ‘직장에서 만난 화성 남자 금성 여자’ 등의 책을 냈다. 대부분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사실상 25년 전 책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제목도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라고 붙였다.

저자는 25년 전 주장했던 기본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어차피 다른 별에서 온 다른 종족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남녀의 호르몬 차이를 제시한다. 남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여자보다 10배나 더 많고 여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남자보다 10배 이상 많아서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인다.

다만, 저자는 바뀐 사회상에 맞춰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다시 설명한다. 과거보다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수월해졌다. 여자도 직장 생활을 하며 남성성이 강화됐다. 반대로 남자들도 과거 가부장적인 남자의 역할만 할 수 없게 됐다. 바뀐 사회에 맞춰 여성성이 강화됐다.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며 집에 오면 삐그덕거린다. 저자는 이런 현상에 관해 “바깥 일에서 성공하면 사생활도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생활에서 행복해지려면 사랑과 새로운 관계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균형을 해결책으로 든다. 일과 삶 모든 영역에서 고유의 남성성과 여성성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은 그럴싸한 이론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각종 상담과 연구를 통해 ‘이렇게 행동하라´고 제시한다. 예컨대 남자는 화가 나면 강인해 보이려고 애쓰지만, 내부에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증한다. 테스토스테론이 일정하게 분비돼야 행복한 남자로선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 운전과 같은 남성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운전을 한다고 스트레스가 풀리지는 않는다. 꽉 막힌 도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운전을 하면 오히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다.

이런 변화가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이다. 가족, 친구, 직장 등 여러 사회적 유대 속에서 개인의 행복이 전제된 관계가 진정한 시작이며 21세기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모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3가지 시간의 개념을 도입했다. ‘당신 시간’은 직장에서의 유대, ‘우리 시간’은 배우자와의 유대, ‘내 시간’은 사회적 유대와 자립을 가리킨다. 여자는 ‘우리 시간’에 적절한 에스트로겐이 분비돼야 직장에서의 ‘당신 시간’에서 빠져나와 집에서의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반대로 남자는 ‘내 시간’에 테스토스테론을 회복하면 동굴에서 빠져나와 ‘우리 시간’을 즐기거나 배우자가 ‘내 시간’을 갖도록 지지해 줄 수 있다.

다만 일부 행위에 관해 지나치게 세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감정을 나누는 금성인의 대화법 연습으로 “여자가 최대 8분간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고 2분 정도 긍정적인 감정을 나누며 남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나서 3~6초간 포옹한다. 포옹하고 아무 말 없이 잠시 떨어진다”를 든다. 3가지 시간 개념을 설명하면서 여자의 생리일에 따라 부부관계를 언제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랑을 나눠야 하는지까지 제시한다.

외국 문화에 기반을 둔 까닭에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 있다. 다만 저자가 전반적으로 깔고 있는 ‘이해→행동→변화’는 남녀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하기보다 서로 다른 외계 종족을 공부하고, 좋은 변화를 시도해 보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8-09-14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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