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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전문가 인터뷰] “비핵화 큰 진전 없어… 핵심은 北 핵시설 리스트”

[미·중·일 전문가 인터뷰] “비핵화 큰 진전 없어… 핵심은 北 핵시설 리스트”

김태균 기자
입력 2018-09-20 17:46
업데이트 2018-09-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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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사토루 日 세이가쿠인대 교수

북한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미야모토 사토루 일본 세이가쿠인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 모두 샴페인을 터뜨리고 축제판을 벌일 상황이 결코 아니다”라며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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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사토루 日 세이가쿠인대 교수
미야모토 사토루 日 세이가쿠인대 교수
그는 “평양공동선언은 남북통일 관점에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한 대전제가 되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서까지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냉엄한 현재의 상황을 강조했다.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평가는.

-남북 경제협력이 활발해지고 전쟁 가능성이 줄어든 점 자체는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미국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희망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나오는데, 미국이나 중국이 없는 ‘사실상의 무엇’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결국 북·미 대화가 타결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냉정하게 따져 보자. 미국이 관심을 두는 것이 무엇이겠나. 한국의 이익도 아니고 북한의 이익도 아니다. 미국을 이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자국이 핵미사일 공격을 받지 않는 것’이다. 실질적인 비핵화 전망이 안 보이면 미국은 꿈쩍도 안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을 설득한다’는 표현도 무의미하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가지 않는 한 그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특히 비핵화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생각이 다르고 미 국무부·국방부 관료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현물’이 더욱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선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까지는 어떻게든 자신의 비핵화 성과를 부풀리고 북한과 마찰을 빚는 것을 피하려 할 것이다. 때문에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것을,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핵심은 북한 핵시설 리스트다. 이번에 북한이 밝힌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정도로 만족할 미국이 결코 아니다. 영변 핵시설이 사라진다고 해도 곳곳에 숨겨져 있을 것으로 보이는 농축우라늄 등은 어떡할 것인가.

→대북 제재 속에 남북 경제협력은 얼마나 실천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올여름에 북한 나선 지역을 다녀왔는데 대북 제재가 갈수록 강화되는 느낌이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은 완전히 말뿐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자국 기업들의 대북 거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였다. 당장 중국 ZTE가 미국의 눈 밖에 났다가 회사가 망할 위기에 놓이지 않았나. 실물경제도 그렇지만 금융경제는 중국, 일본 등 그 어떤 나라도 미국의 막강한 힘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향후 남북 경제협력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 교섭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의 종속변수에 불과할 수 있다.

→향후 북·미 대화에 대한 전망은.

-북한과 미국 양쪽이 좀더 구체적인 대화와 협상의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포괄적이고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미국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그들이 요구하는 것 또한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8-09-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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