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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리포트] ‘제2 구마몬’ 집착이 부른 日 지자체 캐릭터 부정 투표

[특파원 생생리포트] ‘제2 구마몬’ 집착이 부른 日 지자체 캐릭터 부정 투표

김태균 기자
입력 2018-11-18 23:02
업데이트 2018-11-1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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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대회 1위 구마모토현>

일본에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캐릭터를 대상으로 인기 순위를 가리는 ‘캐릭터 그랑프리(GP)’ 대회가 매년 열린다. 여기에서 1등을 하면 해당 캐릭터를 통한 지역 활성화와 인지도 향상 등 효과가 짭짤해 많은 지자체들이 득표 활동에 열을 올린다. 역대 가장 성공한 지자체 캐릭터로 평가받는 1회 대회(2011년) 1위 ‘구마몬’(구마모토현)은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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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캐릭터 그랑프리 2018’ 최종순위에서 1위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사이타마현 시키시 ‘가파루’.  사이타마현 시키시 제공
일본 ‘캐릭터 그랑프리 2018’ 최종순위에서 1위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사이타마현 시키시 ‘가파루’.
사이타마현 시키시 제공
●캐릭터 통해 지역 활성화·인지도 향상 기대

‘제2의 구마몬’을 꿈꾸는 지자체들의 노력이 올해도 이어진 가운데 18일 발표된 최종 결과에서는 사이타마현 시키시의 캐릭터 ‘가파루’가 1위(인터넷 투표·현장 투표 합산)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올해 1위보다도 더 주목받은 것은 ‘인터넷 부정투표’에 연루된 캐릭터들이었다. 인터넷 집계에서 1위를 한 미에현 욧카이치시의 ‘고뉴도쿤’을 비롯해 많은 캐릭터들이 투표 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이전에도 그런 의혹은 있어 왔지만, 이번처럼 크게 부각된 적은 없었다.

●지자체 무료 이메일 계정 만들어 ‘몰표’ 변칙

캐릭터 그랑프리 2018의 선정은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고 ID를 얻어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투표 부정에 가담한 지자체들은 무료 이메일 계정을 대량으로 만든 뒤 이를 이용해 ID를 생성, 직원들에게 할당하고 몰표를 주게 하는 수법을 썼다. 욧카이치시의 경우 관광업무 담당 직원 5명이 총 2만개의 ID를 만들었다. 이 ID들이 시청 내부에 부서별로 많게는 3000개 이상씩 배정됐다. 인터넷 투표가 시작된 지난 8월 시장이 직접 나서 “나는 매일 ID 30개씩 투표를 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40개로 늘릴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고뉴도쿤 캐릭터는 2012년 첫 출전에서는 83위에 그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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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캐릭터 그랑프리 2018’ 최종순위에서 2위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후쿠오카현 오무타시 ‘자보’.  후쿠오카현 오무타시 제공
일본 ‘캐릭터 그랑프리 2018’ 최종순위에서 2위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후쿠오카현 오무타시 ‘자보’.
후쿠오카현 오무타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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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캐릭터 그랑프리 2018’ 최종순위에서 3위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미에현 욧카이치시 ‘고뉴도쿤’.  미에현 욧카이치시 제공
일본 ‘캐릭터 그랑프리 2018’ 최종순위에서 3위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미에현 욧카이치시 ‘고뉴도쿤’.
미에현 욧카이치시 제공
인터넷 2위인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의 ‘자보’도 시청에서 만든 약 1만개의 ID를 통해 몰표가 주어졌다. 시청 측은 무리수를 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시 전체 인구가 11만명 정도에 불과해 대형 지자체와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의 캐릭터 ‘이누나킨’이 인터넷에서 3위를 한 것 역시 다량의 가공 ID 덕으로 나타났다.

●캐릭터 선정 의문… 주최측 “벌칙은 안 줄 것”

캐릭터 선정 과정의 투명성에 총체적 의문이 제기됐지만 주최 측은 해당 캐릭터들을 시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벌칙은 주지 않았다. 다만 “남녀노소가 함께 캐릭터를 응원하며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행사가 이런 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욧카이치시 ‘고뉴도쿤’은 인터넷 투표에서의 무리수 탓에 이미지가 나빠졌는지 현장 투표를 합산한 최종 순위에서는 3위에 그쳤다. 인터넷 2위였던 오무타시 ‘자보’는 최종에서도 2위를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8-11-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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