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태국 출신 첫 난민 인정자 차노크난 루암삽

태국 출신 첫 난민 인정자 차노크난 루암삽

기민도 기자
입력 2018-11-19 14:25
업데이트 2018-11-19 21: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서울신문 <6월 18일자 24면> 보도 그 후

태국에서 왕실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고국을 등진 청년활동가 차노크난 루암삽(25)<서울신문 6월 18일자 24면>이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태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취득한 첫 사례인 차노크난은 1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얻으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삶을 전진시킬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미지 확대
태국 출신 첫 난민 인정자 ‘차노크난 루암삽’
태국 출신 첫 난민 인정자 ‘차노크난 루암삽’
난민지원단체와 차노크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난민 신청을 한 차노크난은 11월 5일 난민 지위를 취득했다. 차노크난은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출입국사무소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한 달쯤 후에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며 “1차 심사에서부터 난민 지위를 취득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난민 관련단체 관계자는 “당국은 차노크난이 박해받은 사실이 명백한 것으로 보고 난민으로 인정을 했다”면서 “차노크난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박해받을 위험이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차노크난이 2016년 6월 24일 타이 민주주의를 바라는 퍼포먼스를 하다 무장경찰에 잡혀가고 있는 모습. 차노크난 제공
차노크난이 2016년 6월 24일 타이 민주주의를 바라는 퍼포먼스를 하다 무장경찰에 잡혀가고 있는 모습. 차노크난 제공
태국 명문 쭐라롱꼰왕립대학 정치학과 11학번인 차노크난은 2014년 5월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단체를 설립하고 운동을 이끌어왔다. 차노크난은 2016년 12월 태국 왕실을 비판한 BBC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이를 이유로 지난 1월 왕실모독죄로 기소됐다. 태국 형법상 왕실모독죄를 저지르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살게 된다. 이런 이유로 차노크난이 한국으로 도피했다.

앞으로 차노크난은 한국어와 한국법을 배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권활동가로서 난민 문제 등에 대한 활동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저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난민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며 “고국으로 돌아가면 목숨을 잃게 되는 난민들은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노크난은 태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태국 정부는 지금 당장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선거를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는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차노크난과의 일문일답.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기다리는 일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나날이었다. 또한 9개월이 넘는 대부분의 날들을 방안에서 혼자 보내면서 생기는 감정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힘들었다.

→난민으로 인정받았을 때 기분은.

-놀라웠고, 행복했고, 안도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난민 지위를 얻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놀랐다. 최소한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출입국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한 달 후에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매년 3~4% 정도의 사람들만 난민심사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1차 심사에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아 행복했다. 또한 안정적인 지위를 갖게 돼 미래를 계획하고 전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가정 먼저 무엇부터 하고 싶은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난민 지위를 얻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난민과 이민자들을 위해 마련하는 한국어와 기초 한국법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내년부터 수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한국에서의 향후 계획은.

-결과가 갑자기 나왔기 때문에 솔직히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어와 한국사회를 가능한 한 많이 배울 것이다. 그리고 인권운동가로서 한국의 난민 및 기타 사회 문제에 대한 활동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석사 공부를 하고 싶지만 (석사 학위 등을)신청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공부하기 전에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

-모두 기쁜 소식을 듣고 너무 행복해하고 있다.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얻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오랫동안 걱정해왔다. 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왕실모독죄와 관련된 사건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주제이기 때문에 태국 언론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이 좋은 소식을 전하는데 도움을 줬다.

→다른 난민들과 달리 많은 도움을 받은 편인데, 가장 고마운 사람은 누군가.

-중요한 질문이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없었을 테다. 특히 나의 변호사팀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들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한국에 왔을 때부터 난민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줬다. 태국 활동가들은 나를 한국 활동가들과 연결되도록 도와줬다. 한국 활동가들은 나를 돌봐줬다. 사람들에게 나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태국 상황에 대해 알려준 언론도 감사하다. 누군가가 필요할 때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한국인 친구들도 정말 고맙다.

→한국 내 난민 문제가 갈등을 낳고 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데, 한국 정부와 국민이 어떤 태도를 가지길 바라는가.

-난민 문제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갈등적인 이슈라고 알고 있다. 나는 난민으로서, 이 세계에 있는 어느 누구도 난민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우리를 고국을 등지고 안전한 장소를 찾게 만들었다. 우리는 난민이 되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한국인들도 한국전쟁(1950~1953년) 시기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 갔다고 알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은 그와 비슷한 일들이다. 사람들은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난민들을 같은 인간으로 봐야 한다. 당신도 인간이고 그들도 인간이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죽게 되는 난민들은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 난민을 쉽게 판단하기 전에 난민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태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원한다. 인권 침해를 중단하라. 정부와 왕실이 우리의 세금을 쓰는 한 시민들은 정부와 군주제를 비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