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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치유재단 28개월 만에 해산…日출연 10억엔 반환될까

화해치유재단 28개월 만에 해산…日출연 10억엔 반환될까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1-21 09:39
업데이트 2018-11-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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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합의 이름만 남아…90년대 ‘亞여성기금’ 이어 위안부해법 또 좌초

한일위안부 합의(2015년 12월 28일)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해온 재단법인 화해·치유 재단(이하 재단)이 발족 2년 4개월 만에 해산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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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 사의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 사의 28일 서울 중구 순화동 바비앵스위트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현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16. 7. 28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재단의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재단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산에 필요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6개월∼1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미 활동중단 상태인지 오래여서 사실상 이날부로 마침표를 찍는 양상이다.

‘일본 총리의 사죄’와 함께 재단은 위안부합의의 양대 축으로 평가돼왔다.

2016년 10월, 위안부합의에 명시된 사죄 메시지를 편지에 써서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자국 국회 발언을 계기로 합의의 한 축인 ‘총리 사죄’가 그 진정성을 완전히 상실하면서 일본 정부 예산이 투입된 재단은 위안부합의의 마지막 버팀목이나 다름없었다.

위안부합의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이 시종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정부는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는다고 올 초 입장을 정했지만 재단 해산을 계기로 위안부합의는 이름만 남게 된 셈이다.

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 합의에 따라 이듬해 7월 출범했다.

위안부합의에 “한국 정부가 전(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전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재단은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약 100억 원)으로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했고, 생존 피해자 총 47명(2015년 12월 위안부합의 시점 기준) 중 34명(72%), 사망 피해자(위안부합의 시점 기준) 199명 중 58명(29%·유족 수령)에게 치유금(생존자 1억원·사망자 2천만원)으로 총 44억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위안부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한 끝에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재단은 치유금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갈림길에 서게 됐다.

특히 재단 이사진 중 민간인들이 작년 말까지 전원 사퇴하면서 재단은 사실상 기능 중단 상태가 됐다. 여기에 더해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주도로 9월부터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가 진행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 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재단의 해산은 ‘시간 문제’가 됐다.

한일관계를 고려해 재단의 이름만이라도 유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일부 피해자들과 단체들이 재단에 강하게 반대하고 사무실 운영비만 소요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최종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단은 1990년대 일본 민간 모금 형식으로 추진된 아시아여성기금에 이어 또 하나의 ‘실패한 해법’으로 남게 됐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2번째 조치도 한국사회에서 온전히 받아들여 지지 못하며 미완에 그친 것이다.

이제 당면한 관심은 일본이 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쏠린다.

10억 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미 10억 엔에 상당하는 원화 103억 원이 양성평등기금에 사업비로 출연된 상태이고, 재단이 사업을 하고 남은 잔여기금이 57억8천만 원(10월말 기준)에 달한다.

여가부는 “재단 잔여기금에 대해서는 지난 7월 편성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원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합리적인 처리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관련 외교적 조치도 함께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 잔여기금과, 일본의 재단 출연기금을 충당키 위해 우리 정부가 출연한 돈을 합하면 160억 8천만원이다.

재단 사업을 종료하기로 한 이상 더는 이 돈으로 피해자에 대한 현금 지원 사업은 할 수 없다. 또 피해자를 기리고, 역사에 교훈을 남기기 위한 중·장기적인 사업도 담당 기구가 없어 쉽지 않고 일본 정부가 관련 협의에 응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결국 일본이 출연한 돈을 일본 측에 반환하는 것 말고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또 재단이 해산 절차에 들어가면 그간 재단 해산에 집중됐던 피해자 측의 요구도 일본으로의 10억 엔 반환 쪽으로 옮겨갈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러나 위안부합의 준수를 강조해온 일본 정부 기조에 비춰 우리 정부가 반환하려 해도 일본 측은 수령을 거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만약 반환을 전제로 10억 엔을 예치하는 등의 절차에 착수할 경우 일본은 위안부합의 위반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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