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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판결에 위안부재단 해산까지…한일관계 ‘냉기류’

강제징용 판결에 위안부재단 해산까지…한일관계 ‘냉기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1-21 11:35
업데이트 2018-11-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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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공세에 한국 내 비판 고조될 듯…전문가 “양국관계 기초공사 새롭게”

정부가 21일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화하면서 지난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얼어붙은 한일관계가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선미 여가부장관은 해산 결정 이유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 아래 다양한 의견수렴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재단 해산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0월 말 기준 57억8천만원인 재단 잔여 기금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 예산으로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원과 함께 합리적인 처리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또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관련 외교적 조치도 함께 취해나갈 예정이다.

합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같이 이번 발표에도 합의 자체에 대한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활용해 피해자 대상 사업을 펼쳐온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은 결국 위안부합의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 측은 각급의 한일 간 접촉에서 줄곧 합의 이행을 요구해왔으며, 일본 매체들은 한국 정부가 재단 해산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 일본 측이 엄중 항의와 해산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 간 외교적 마찰이 고조된 상황에, 화해치유재단이 해산하면 한일관계는 더 큰 난관을 맞는 셈이다.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이 피고가 됐던 재판이 지난달 마무리된 데 이어 오는 29일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하는 재판도 예정되어 있어, 한일관계는 당분간 악재를 연달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 정부는 재단 해산 문제와 지난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강제징용 판결은 사법부의 판단, 결정에 따라 나온 것이고 화해·치유 재단 문제는 그와는 별개 차원의 문제”라며 “양자를 연계해서 처리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1965년의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이어 위안부합의까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국제사회 외교 무대에서 두 사안을 연계해 공세를 심화할 여지가 크다.

이미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앞선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을 뒤집는 듯한 이야기”,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그들(한국)은 알아야 한다”며 인터뷰에서 연일 과격 비난 발언을 이어갔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한일본대사관 측은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서울에서 한국 진출 일본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대법원 판결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유엔 강제적 실종 위원회(The Committee on Enforced Disappearances·CED)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보상이 불충분하다는 최종 견해를 표명하는 등 국제사회도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비판적인 입장이어서 일본 정부의 외교 노력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또 한국 내에서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공방을 두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일본에 대해 비판 여론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정부로서는 향후 10억엔의 처리 및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 대응 방안 마련에 있어 피해자 치유와 양국관계 발전을 모두 고려한 해법을 도출함과 동시에, 이들 사안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입장 변화도 끌어내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우리로서는 적극적으로 지금 상황을 역사 문제 해결과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만드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재단 해산은 10억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한일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서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서 “대법원 판결은 일단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국내 논의가 성숙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어 “두 사안 모두 식민지배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총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한일 양측이 새로 만들면 한일관계의 불안 요소가 제거될 수 있다”며 “50년 전 불안하게 이룬 기초공사를 다시 확실하게 다지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우리로서는 일본 내부 여론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해나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지속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교장관이나 특사의 일본 방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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