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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서재]색에는 ‘이야기’가 있다

[금요일의 서재]색에는 ‘이야기’가 있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11-23 14:53
업데이트 2018-11-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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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얽힌 이야기 다룬 ‘컬러라마’, 컬러 오브 아트’, ‘컬러의 말’

우리는 색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고개 들어 위를 보면 하늘색, 아래에는 아스팔트의 검은색, 주변에는 회색 건물과 녹색 나무를 비롯해 옷, 피부, 심지어 색을 인지하는 눈까지 색 없는 물질은 세상에 없다. 인간은 색과 함께 태어나 색 속에서 살다가 색의 세계를 떠난다. 색이 인간 심리를 강력하게 지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색을 다룬 책은 이따금 나오는데, 의외로 인기가 많다. 별 신경 안 쓰던 색에 관한 시야를 넓혀주고, 글을 읽는 재미 외에 색을 보는 재미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주 ‘금요일의 서재’는 색을 다룬 신간 3권을 골랐다.

●색의 유례를 찾아서=‘컬러라마’(이숲)는 인간이 어떻게 색을 사용했는지,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를 탐색한다. 133가지 색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 색을 어떻게 쓰는지 다룬다. 세계적 디자인 그룹 크뤼시포름이 기획한 책으로, 색상 가이드이자 색에 관한 지식서다.

책은 한 가지의 색에 관해 양쪽으로 나눠 소개한다. 왼쪽 면에는 색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짧은 글과 삽화로 소개하고, 오른쪽 면에는 해당 색으로 가득 채웠다.

예컨대 초록색 가운데에는 ‘분노의 초록‘이라는 색이 있다. 이 단어는 ‘담즙의 과잉’이라는 라틴어 ‘콜레라’에서 왔다. 답즙은 담낭에서 분비하는 초록빛이 도는 액체다. 화를 내면 담즙은 얼굴색을 변하게 한다. 이런 설명과 함께 마블코믹스의 캐릭터인 헐크를 그렸다. 그러고는 “여러분은 미국 만화 주인공 헐크가 분노하면 왜 엄청난 힘을 갖춘 초록 괴물로 변하는지 아셨겠죠?”라고 묻는다. 그리고 오른쪽 면에 헐크의 피부색과 같은 분노의 녹색으로 가득 채웠다. 오른쪽 면에 있는 색들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인쇄해 색을 정확하게 구현했다.

●매혹적인 색 이야기=색은 언제, 어디서, 누구냐에 따라 그 의미도 다르다. 예컨대 빨간색은 고상함, 영성, 미덕, 지위를 나타내지만, 질투, 도발 혹은 폭력을 가리키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기도 했다. 16세기 말까지만 해도 왕과 왕자들은 빨간색 옷을 거의 입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왕만이 빨간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교황, 추기경, 몇몇 고위 성직자들은 오로지 사치와 과시의 표현으로 화려하고 도드라지는 빨간색을 몸에 걸쳤다. 종교개혁을 선도했던 루터는 1520년 가톨릭교회의 타락과 탈선을 비난하면서 교황을 ‘바빌론의 빨간 매춘부’라고도 불렀다.

20년 넘게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활동해 온 미술사학자 스텔라 폴의 ‘컬러 오브 아트’(시공사)는 흙색, 빨간색, 파란색, 보라색, 금색, 검은색 등 모두 10가지 색깔을 다룬다. 각각의 색이 거친 역사와 문화적인 의미를 설명한다.

저자는 색을 나타내는 단어는 몇 개 안 되지만 그 색이 보여줄 수 있는 의미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을 통해 형성된 문화의 정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색을 이야기하지만, 여기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에 깊이가 있다.

●재밌는 색 이야기=‘컬러의 말’(윌북)은 여성 패션을 연구하고 ‘이코노미스트’에서 ‘책과 미술’ 코너를 진행한 디자인 저널리스트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의 색 이야기 묶음 집이다.

매일 보는 색부터 미술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색까지, 매력적이거나 중요하거나 불쾌한 역사가 깃든 색을 골라 그 이름과 그 색에 얽힌 75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컬러 오브 아트’보다 묵직한 맛은 덜하지만, 좀 더 가볍고 화사한 책이다.

반 고흐가 사랑한 크롬 옐로, 나폴레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셸레 그린, 역사상 가장 논쟁적 색상인 누드까지 역사, 사회, 문화, 정치, 예술, 심리를 오간다. 75가지 색은 ‘엘르 데코레이션’에 3년간 실렸던 ‘색상 칼럼’ 중에서 대표 빛깔들 75가지를 엮었다.

연재 당시 패션 관련 직업군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빨강보다 더 빨간 어떤 색을 표현해줄 단어, 오늘 본 파란 하늘을 더 잘 묘사해줄 단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해답을 줄 책이기도 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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