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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한반도 돼지 절멸 거의 확실…공격적 방역해야”

서울대 교수 “한반도 돼지 절멸 거의 확실…공격적 방역해야”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09-24 17:09
업데이트 2019-09-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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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되는 돼지열병 확진 농장 돼지들
살처분되는 돼지열병 확진 농장 돼지들 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2019.9.24
연합뉴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경고’
“차량 동선 내 돼지 선제적으로 폐사시켜야”

“최소한 차량 동선에 걸려 있는 돼지는 다 선제적으로 폐사시킨다는 정도의 공격적 방역을 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돼지는 절멸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경고다.

문정훈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돼지가 절멸 상태로 들어갈 것이라고 24일 경고했다.

문정훈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가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5월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진 북한 평안북도의 경우 4개월 만에 도내의 모든 돼지가 다 죽었다는 첩보가 돈다고 한다”면서 “지옥문이 완전히 열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이같이 보고하면서 “(북한에) 고기가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문정훈 교수는 “북한 내 다른 도에도 이미 옮겨졌을 것으로 보이고, 한반도 북쪽에서는 몇 달 내로 돼지가 거의 멸종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국내도 이미 발병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도 시작됐다는 점이다. 9월 17일 경기 파주를 시작으로 18일 경기 연천, 23일에는 한강 이남인 경기 김포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다. 24일엔 파주의 다른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정훈 교수는 “지금의 방역 방식으로는 한반도 남쪽에서도 돼지는 절멸의 상태로 들어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면서 “매우 비윤리적으로 들리겠지만, 최소한 차량(사료·분뇨·돼지 이동) 동선에 걸려 있는 돼지는 다 선제적으로 폐사시킨다는 정도의 공격적 방역을 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돼지는 절멸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정훈 교수는 멧돼지에 의한 확산을 우려했다. 그는 “이 병에 죽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멧돼지에게 집단 발병이 일어나면 엄청난 속도로 병을 옮기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토착화돼 이 땅에서 거의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정훈 교수는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가적 재난 상태라고 판단하고 전시에 준하는 국가적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좀 이상하게 들리나요? 대한민국에서 돼지고기의 위치는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식품 중에서 생산액 기준 가장 크고 중요한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돼지고기가 현대 한국인의 주식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면서 “이 먹거리가 통째로 다 절멸하게 생겼는데 국가적 재난 상황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요? 상황이 매우 공포스럽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그 동안 우리가 기울였던 방역이 완전치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 내부 확산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방역태세로는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발상을 바꿔야 할 처지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돼지열병은 치료제가 없고 치사율은 거의 100%이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은 선제적 방역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약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고 신속하게, 때론 매뉴얼을 뛰어넘는 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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