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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고 성실한 한국인, 해외 창업 성공 가능성 커”

“영리하고 성실한 한국인, 해외 창업 성공 가능성 커”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9-10-22 21:02
업데이트 2019-10-23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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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한상’ 박지환 헤어시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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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헤어시티 대표
박지환 헤어시티 대표
인구 120만명 트리니다드토바고서 창업
흑인 40%… 가발 등 미용제품 수요 높아
사업 성공·대학 졸업·병역 ‘1석 3조’ 해결
“외국 나가기 전 어떻게 살지 생각했으면”


“동남아에 가면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고위공직자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무책임하죠. 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한국 청년들의 창업 성공 가능성은 높습니다.”

박지환(28) 헤어시티 대표는 9년 전 19살의 나이에 트리니다드토바고로 이민 가방 네 개를 들고 이주했다. 처음에는 어머니와 함께 보따리장수처럼 시작한 미용제품 무역회사는 지난해 미국 업체를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1500만원가량을 들고 시작한 사업체를 연매출 20억원의 규모로 키웠다. 박씨는 카리브해에 접한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사업 성공, 대학 졸업, 군 복무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22~24일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제18차 세계한상대회 참석차 일시 귀국한 박 대표는 힘들었던 이민과 창업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 나갔다. 제주도 2.5배 면적에 한국인이라고는 인구 120만명 중 20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에서 사업을 결심한 배경엔 낯설고 먼 나라에 가고 싶다는 모험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엿본 성공 가능성은 흑인이 인구의 40%를 차지해 가발 등과 같은 모발 미용제품 수요가 큰 데다 산유국이라 소비 수준이 높다는 점이었고 결국 맞아떨어졌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 누군가 ‘여권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국에 신고, 호송차로 끌려가는 수모도 당하기도 했다.

현재 그가 고용한 현지인은 20명 정도다. 자기애가 강하고 판매 물건에 손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힘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공부와 사업 모두를 배울 기회’라며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이주를 권유한 이는 미국에서 샴푸, 화장품과 같은 미용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큰아버지뻘의 은사였다. 매출의 30%가량이 순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훨씬 수입이 많다. 하지만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에 연상되는 고급차, 골프 등과는 거리가 멀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중고차를 몰고 다니고, 베란다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는 앞으로 공유주택의 이익을 주거빈곤층에 돌려주는 비정부기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박 대표는 “한국인들이 영리한 편인 데다 근면성실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지만 외국에 나가기 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시간이 많은 해외 생활은 자신을 돌아보고 식견을 넓힐 기회지만 외로움과 쓸쓸함도 매일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19-10-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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