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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왓츠앱 작가’ 부차니 6년의 구금에서 풀려나 뉴질랜드에

쿠르드족 ‘왓츠앱 작가’ 부차니 6년의 구금에서 풀려나 뉴질랜드에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1-15 08:14
업데이트 2019-11-1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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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자료사진
AFP 자료사진
“방금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6년 이상의 감금에서 풀려나 자유를 찾다니 너무 흥분된다.”

쿠르드 계열 이란인으로 망명을 위해 호주에 도착했으나 파푸아뉴기니의 마누스섬으로 보내져 구금 생활을 하면서 왓츠앱으로 쓴 난민 일기를 책으로 펴낸 베루즈 부차니가 14일(이하 현지시간) 왓츠앱에 감격스러운 소식을 올렸다. 물론 다시는 마누스섬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리는 세계문학축제에 초청 받았고 여기서 진행되는 한 행사에도 참여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게 만든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 드린다.”

기자로 일하다 언론탄압에 신물이 나 망명을 결심했던 그가 마누스섬에 보내진 것은 2013년 8월이었다. 그는 망명하려는 부푼 꿈을 안고 인도네시아에서 난민보트를 타고 그 한달 전에 호주의 크리스마스섬에 도착했다. 당시 총리는 위험한 일을 조장하면 안된다며 배로 입국하는 이의 난민 신청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다.

호주 정부는 막무가내였다. 얼마나 딱한 사정을 갖고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가 이란으로 돌아가면 교도소로 보내질 것이라며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자 먼바다 심사센터가 있는 마누스섬으로 보내졌다. 그곳은 실은 난민이나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민 희망자들을 가둔 감옥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의 절절한 사연을 왓츠앱 메시지로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해 지난해 책 ‘친구도 없고 산너머 산-마누스 교도소에서의 저술’을 펴냈다. 이 책이 여러 상을 수상하자 6년 만에 처음으로 마누스섬을 떠날 수 있는 티켓이 됐다. 뉴질랜드 정부는 그에게 1개월 비자를 내줘 축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뉴질랜드에서 그는 미국 여행을 바라고 있다. 미국은 호주의 두 군데 먼바다 구금센터 출신 난민들을 받아들이기로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만약 뉴질랜드 입국을 빌미로 퇴짜를 맞으면 다른 방도를 찾겠다고 했다.

“난 시스템으로나 과정으로나 자유의 몸이 되길 원한다. 그저 머릿수로나 난민이란 딱지를 떼고 인간으로서 어딘가에 존재하고 싶을 따름이다.”

뉴질랜드는 이전에도 호주의 섬 구금센터에 있는 150명의 난민들의 정착을 돕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호주 당국이 거절한 일이 있다. 파푸아뉴기니와 나우루 공화국의 난민들은 두 나라에 머무르거나 미국의 일부 허용된 지역으로의 망명을 신청하거나 조국으로 돌아가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 망명하는 절차는 파푸아뉴기니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먼저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난민들은 파푸아뉴기니나 나우루 같은 나라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또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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