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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은 희망사항… “지역사회 면역 극히 낮을 가능성 커”

‘집단면역’은 희망사항… “지역사회 면역 극히 낮을 가능성 커”

이현정 기자
이현정, 이범수 기자
입력 2020-07-09 18:00
업데이트 2020-07-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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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 항체형성률 0.033%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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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2일 만에 확진자 100명 돌파
광주 12일 만에 확진자 100명 돌파 9일 오전 광주 서구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문진을 하고 있다. 광주에선 소규모 지역감염이 확산되면서 지난달 27일 이후 이날 오전까지 10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광주 연합뉴스
방대본 “현재 전국적·산발적 감염 상황
확진자·실제 감염규모 큰 차이 없을 듯”
대구·경북은 포함안돼 일반화하기엔 무리
전문가 “2만여명 ‘숨은 환자’ 더 있을 수도
고위험군 보호 쪽으로 정책 방향 돌려야”
‘항체가’ 스페인 5%·日 도쿄 0.1% 불과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이끌 대안으로 거론됐던 ‘집단면역’은 결국 ‘희망고문’이었다. 집단면역은 지역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가진 상태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인구 60%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체를 가지면 감염병 전파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의 항체가는 0.033%에 불과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일반 국민 305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형성 여부를 검사한 결과 단 1명에게서만 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19를 앓고 지나간 ‘숨은 환자’가 적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지역사회의 코로나19 면역률이 극히 낮아 백신 개발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건 부정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방대본 발표에 대해 “집단면역은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심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외 ‘항체가’ 조사 사례를 통해 (이미) 예상했던 것이지만 우리나라 지역사회의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은 극히 낮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올해 초 대구·경북 중심의 큰 유행 이후 현재 전국적, 산발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확진자 규모와 실제 감염 규모에는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3055명 중 1명이 양성이니 양성 비율은 0.033%다. 이를 전체 인구수(5000만명)에 단순 대입하면 1만 6500명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누적 확진자 1만 3293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조사 대상이 워낙 적어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국내에서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9일 낮 12시 기준 8319명) 주민들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항체가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경북 주민에 대한 항체 조사는 이번 달부터 시작한다.

다른 식의 계산도 가능하다. 대구·경북 환자(8319)를 제외한 국내 환자는 4974명으로 전체 인구의 0.01%다. 마찬가지로 대구·경북 주민을 제외한 항체가 조사 결과 양성 비율이 0.033%로 나왔으니 이는 실제 확진 비율보다 3배가 높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실제 확진자보다 3배가량 많다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환자가 1만 3000명이니 2만 6000여명의 ‘숨은 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방 교수는 “숨은 환자가 이정도라면 방역정책도 모든 환자를 다 찾아내 조치하기보다 중증·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면역은 다른 국가들도 요원하다. 해외 항체조사 결과 항체가가 스페인 전역은 5%, 영국 런던 17%, 일본 도쿄는 0.1%에 그쳤다.

방 교수는 “우선 집단면역은 확진자가 많아야 형성될 수 있는데, 한국은 전체 국민에 비해 확진자가 워낙 적다”면서 “미국 뉴욕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일부 지역은 항체 형성률이 50%에 달한다는 데이터도 있지만 다른 지역들은 집단 면역을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0-07-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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