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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장난감이었다” 경찰 동료에 ‘지인능욕’ 당한 여경

“난 장난감이었다” 경찰 동료에 ‘지인능욕’ 당한 여경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0-09-24 13:23
업데이트 2020-09-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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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2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성지호 정계선 황순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울 모 지구대 소속 김모 경감(경위로 강등)의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자인 경찰관 A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인터넷 ‘랜덤채팅방’에서 동료 여성 경찰관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언어 성폭력을 저지르고 전화번호를 공개해 추가 성폭력 범죄를 유도한 혐의(정보통신망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 음란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모르는 남자의 메시지를 받고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고통은 피고인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낯선 남자들의 연락에 무방비로 얼마나 난도질당했는지,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다 얼마나 많은 주변 사람을 잃었는지,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모를 것”이라며 “누군가는 피고인이 잡혀 끝난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피해자들은 낯선 전화가 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건)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A씨를 비롯해 피해자들이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A씨가 발언권을 얻어 말하는 동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부터 9개월간 경찰 내부 인사망으로 알아낸 후배 여성 경찰관들의 신상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고 피해자들이 스스로 음란한 언행을 한 것처럼 꾸몄다.

랜덤채팅방 참여자들은 김씨가 공개한 휴대전화번호로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적 메시지와 사진을 전송하고 수차례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은 쌍방 항소로 이뤄졌다. 김씨 측은 양형 부당과 법리적으로 무죄 취지를 주장했고,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김씨 측은 “피고인이 랜덤채팅방 참여자들에게 피해자들 번호로 전화를 걸게 한 점에서 전화만 걸고 받지 않은 전화에 대해선 처벌 조항에 포함되기 어렵다”며 “이런 범행을 제외하면 총 9개월간 7번의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 (범행의) 반복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 입장에서 특정 번호로 수십통의 전화가 계속 걸려올 때 굉장한 노이로제와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데 전화만으로는 공포심을 유발할 수 없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이라며 법리 오해 주장은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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