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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흘러 무대는 변해도 한 사람 향한 사랑은 그대로

20년이 흘러 무대는 변해도 한 사람 향한 사랑은 그대로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0-25 17:48
업데이트 2020-10-2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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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애잔하다… 창작뮤지컬 ‘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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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을 맞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르테르’에서 이지혜와 카이가 노래하고 있다.  CJ ENM 제공
20주년을 맞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르테르’에서 이지혜와 카이가 노래하고 있다.
CJ ENM 제공
한 사람만을 향한 뜨겁고 간절한 사랑. 베르테르의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아름답고 애잔하다.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많은 창작물이 있지만 20년간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새롭게 다져 온 창작뮤지컬 ‘베르테르’는 놓치기 아쉬운 대표적 작품이다.

다음달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베르테르’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은은한 배경에 꽃이 가득한 무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피아노 1대와 10개의 현악기가 만들어 내는 따뜻한 실내악 선율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엄기준과 카이, 유연석, 규현, 나현우가 베르테르의 애틋하면서도 강렬한 사랑을 다섯 가지 빛깔로 표현했고 이지혜와 김예원이 롯데의 순수함을 더욱 발랄하게 그려 냈다.

알베르트엔 이상현, 박은석의 따스한 카리스마가 제격이었다. 이들이 이어 간 20주년의 명성은 단지 베르테르의 절대적인 사랑이라는 탄탄한 고전 스토리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었다. 창작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매 시즌을 거듭하며 재창작과 수정을 반복해 관객들과 빚어 낸 지난 시간들이 오늘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했다. 고선웅 대본, 정민선 작곡으로 2000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된 뒤 올해까지 열한 차례, 무대 위 베르테르는 항상 달랐다. 대본과 음악, 무대는 물론 베르테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변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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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 공연의 한 장면. 서영주(맨 오른쪽) 베르테르와 이혜경(왼쪽) 롯데, 김법래 알베르트가 연기하고 있다. CJ ENM 제공
2000년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 공연의 한 장면. 서영주(맨 오른쪽) 베르테르와 이혜경(왼쪽) 롯데, 김법래 알베르트가 연기하고 있다.
CJ ENM 제공
객석과 마주한 5인조 실내악 연주가 바탕이 된 초연에선 이성적이고 감정을 절제하는 베르테르가 그려져 매우 정적인 무대가 연출됐다. 서영주, 이혜경, 김법래가 꾸민 무대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겼다.

초연 다음해 두 번째 시즌은 보다 역동적으로 지금의 ‘베르테르’와 가까워졌다.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을 비롯해 현재 넘버(36곡)의 약 70%가 이때 만들어졌다. 베르테르와 롯데도 좀더 재기발랄하게 그려졌다. 2002년 엄기준과 조승우의 베르테르는 작품을 관객들에게 바짝 다가설 수 있게 했다. 대폭 수정·보완 작업을 거친 대본에 두 배우의 연기가 몰입도를 높여 베르테르에 대한 공감을 확 키웠다.

그다음해엔 베르테르가 롯데를 처음 만난 순간을 봄으로 시작해 죽음을 맞는 겨울까지, 사계절로 베르테르의 마음을 그려 감정표현이 극대화됐다. 재정적인 이유로 공연이 어렵게 되자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모금해 공연을 살려 내기도 했다.

10주년을 맞아 1000석 규모로 무대를 넓힌 뒤 송창의, 박건형, 민영기, 김다현, 전동석, 임태경 등 베르테르의 계보도 더 화려해졌다. 민영기는 유일하게 베르테르(2006년)와 알베르트(2010년)를 모두 연기했다. 엄기준·조승우, 전미도 등 베테랑 배우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 2015년 공연을 기점으로 관객수 3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불변의 가치를 다루며 20년간 꾸준히 고민하고 발전해 온 작품에 팬들도 화답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0-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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