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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 원인 파악의 어려움/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원인 파악의 어려움/김영준 작가

입력 2020-11-26 17:28
업데이트 2020-11-2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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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작가
김영준 작가
인간은 납득이 되지 않는 현상이나 결과를 매우 불편해한다. 그래서 어떤 현상이나 결과를 보면 그 원인을 유추하고자 한다. 바로 이러한 경향성이 우리가 과학과 학문을 탐구하게 만든 원천이지만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경우 그저 자기 자신을 납득하게 할 만한 원인을 갖다 붙이는 것에서 그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결과를 보고 원인을 유추할 때는 우리가 가진 편견이 개입되기 쉽다.

최근에 ‘코로나는 혼전 성관계 탓’이라는 발언을 한 미국의 목사가 코로나로 사망한 것이 소셜미디어에서 잠깐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원리주의 종교인들은 모든 현상을 신의 뜻으로 해석하기에 질병, 재난, 사고 같은 악재를 인간이 신에게 불순종한 결과로 본다.

사망한 목사도 동일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현재 인간이 신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죄를 혼전 성관계라고 생각했기에 ‘혼전 성관계로 인해 코로나라는 질병으로 심판을 받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편견일 뿐이지 인과관계는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단지 원리주의 종교인들만이 저지르는 오류는 아니다. 상품 가격이 비쌀 때 우리는 아주 손쉽게 판매자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이것은 어떠한 증거에 기반한 분석이 아니다. 그저 비싼 가격을 납득할 수 없기에 자신이 가진 편견을 현상의 원인으로 끼워 맞춘 것일 뿐이다. 이렇게 폭리를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상품의 원가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점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한 사회다. 그렇기에 어떠한 결과와 현상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나타나는 것이다. 때문에 결과와 현상을 보고 원인을 분석할 때에는 매우 세심한 관찰과 탐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원인을 추정하고 파악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편견이 진짜 원인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출한 인과관계는 실제 인과관계가 아니라 내 ‘기분’에 맞는 왜곡된 것일 뿐이다.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고자 할 때는 우리가 가진 편견이 진짜 원인을 대체하지 못하게 견제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편견을 검증하려 들기보단 편견에 세상을 맞추려 하기에 그렇게 파악하고 도출해 낸 원인이 제대로 된 원인일 수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목사는 코로나로 사망하였기에 ‘코로나는 혼전 성관계 탓’이라는 자신의 원인 파악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였다. 만약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면 걸린 사람들을 단죄하고 다니며 자신의 편견을 강화해 나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녕 이 목사와 다를 게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지금도 원인 파악할 때 조심스런 관찰과 분석이 아닌, 자신의 편견에 부합하는 가상의 원인을 찾아 쉽게 단정한다. 이렇게 도출한 원인은 문제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원인 파악에 있어 자신이 가진 편견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에 계신 분들께서 명심하셨으면!
2020-11-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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