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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민주주의의 적’ 된 트럼프… 그는 떠나도 ‘트럼피즘’은 남는다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 된 트럼프… 그는 떠나도 ‘트럼피즘’은 남는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1-01-19 17:14
업데이트 2021-01-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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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임기 1460여일 동안 쏟아 낸 3만 500건이 넘는 거짓말과 가짜뉴스, 인종주의와 극단주의를 자극하는 발언들, 삼권분립의 정점에 있는 입법부를 향한 분열적 선동….

●거짓말·가짜뉴스·분열적 선동… 갈라진 美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이 되기를 서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긴 유산들이다. 트럼프의 임기 4년은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일회성 사고가 아니다. 미국처럼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된 사회에서 시민들이 포퓰리즘적 선동에 단 한 번만 휘말려도 미국인들이 경험한 역사적 퇴행은 언제 어디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자랑하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있었는지 되물은 미 정치·역사학자들의 진단을 보도하며 지난 4년을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할 대상은 트럼프만이 아닌 미국 사회 전체라고 지적했다.

지지율 등 숫자상으로 보이는 트럼프 시대는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트럼프의 평균 국정 지지율은 41.1%로, 그는 임기 동안 5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전임 대통령들이 레임덕 기간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올랐던 것과 달리 트럼프의 마지막 국정 지지율은 34%로, 지난해 11월 대선 직전 조사(46%)보다 12% 포인트나 떨어졌다. 대선 불복 행보와 초유의 의회 난동 선동 등 스스로 법질서를 무시한 대통령은 임기 말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문제는 트럼프는 떠나더라도 트럼피즘(트럼프 현상)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트럼피즘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국은 트럼프 시대 이전부터 이미 양극화와 보수·진보 갈등이 심화된 사회였다. 트럼프는 어떻게 이 같은 분열을 이용해 권력과 사익까지 추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것뿐이었다. 레아 라이트 리구어 브랜다이스대 부교수는 “트럼프의 4년은 소수인종과 소외된 미국인들의 현실이 어땠는지를 극적으로 보여 줬다”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이들에게) 배타적이었고 결함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의 등장은 우연일지 모르나 트럼피즘은 필연이었다”고 진단했다.

●학자들 “美민주주의 결함… 트럼피즘은 필연”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받은 득표수는 역대 2위인 7422만여표다. 백인 노동자 계층 저변에 깔린 반이민 정서와 정치적 불만은 지난 4년간 오히려 공고해졌다는 의미로, 향후 상원에서 탄핵이 가결되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다시 대선을 노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조지워싱턴대 정치사학자 매슈 달렉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작은 충격에도) 깨지기 쉬웠던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1-01-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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