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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현실이 된 ‘아마겟돈’/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현실이 된 ‘아마겟돈’/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2-09-28 20:32
업데이트 2022-09-29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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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은 성경에서 ‘종말을 앞둔 인류 최후의 전쟁’을 가리킨다. 1998년 나온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재난 공상과학(SF) 영화로 탈모가 갓 시작된 브루스 윌리스와 뽀송뽀송한 벤 애플렉이 나온다. 텍사스주 크기만 한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임박했다는 설정 위에 불가항력의 공포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위기들, 그리고 여기에 진한 부성애와 인류의 생존 희망 등이 버무려졌다. 5억 5000만 달러(약 8000억원)의 흥행 대박을 거뒀다.

소행성과 지구 충돌은 지금에야 대중문화 장르의 흔한 소재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아주 참신했다. 범접조차 어려운 망망한 우주 속 작은 지구별의 상황, 그 속에서도 우주만큼 소중히 빛나는 사랑 등이 감동의 포인트였다. 하지만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의 전문가들은 이 영화의 상황 설정과 세부적인 묘사 등을 두고 냉소와 혹평을 날렸다. “석유시추공에게 우주비행술을 가르치느니 우주비행사에게 지표면 구멍 뚫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합리적”이라고 평했다. 이 밖에 2~3년도 아닌, 18일을 남겨 놓고 소행성 충돌 발견부터 시작해 고작 800피트(약 244m)를 뚫고 소행성을 두 조각 내서 지구를 비껴가게 만드는 것 등등 전문가들이 앞다퉈 내놓는 영화의 과학적 오류는 차고 넘쳤다. NASA가 지적한 과학적 오류는 무려 168개에 이른다.

NASA에 따르면 지구에 750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름 140m 이상 규모의 소행성은 ‘잠재적 위협 소행성’으로 분류된다. 파악된 것만 약 2200개에 달한다. 타블로이드판 외신들이 틈만 나면 ‘다가오는 소행성…인류 대멸망 막을 수 있나’, ‘소행성, 가까스로 비껴가’ 등 선정적 제목을 앞세워 소행성 충돌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며 상업화할 수 있는 근거다.

NASA는 10개월 전 520㎏의 작은 우주선을 쏘아올렸고 지난 27일 약 1100만㎞ 떨어져 있는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시키는 실험에 성공, 인류 고유의 능력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음을 입증해 냈다. 영화의 비과학적인 상상력이 현실에서 다른 방식으로 확인된 셈이다. 엉뚱하고 비과학적일지언정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결국 인류를 자유롭게 하고 구원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박록삼 논설위원
2022-09-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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