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고물가…경제 ‘견딜만한가’

원화강세·고물가…경제 ‘견딜만한가’

입력 2010-10-01 00:00
수정 2010-10-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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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전쟁 등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행진(원화 가치 상승)을 이어가면서 수출 악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어 잘 나가던 국내 경제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데다,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미국을 의식해 외환시장 개입 강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은 추가 하락 압력(원화 가치 상승)을 받을 것이나 아직까지는 원화강세와 물가 상승세가 국내 경제 흐름을 바꿔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강세 대세…환율 1,130원대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8원 내린 1,130.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5월13일 1,128.00원(종가기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9월 무역수지가 50억8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는 소식이 원화 강세를 견인했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환율전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어 당분간 환율 하락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 중인 미국의 연방 하원은 환율조작이 의심되는 국가들의 수입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 환율전쟁으로 중국 등에 대한 절상압력이 세지고 있어 동아시아 전체의 통화절상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약화 우려…물가도 급등

 그러나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등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지면 국내 91개 주력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5조9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물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소비자 물가는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서면서 급등세를 보였다.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가 9월에 크게 오른 것은 농산물 공급 부족 등의 일시적 충격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면서도 10월 이후에도 물가가 중기 물가안정 목표 중심치인 3%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오름세는 확대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은 올해 4분기부터 3%대 초중반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답답한 외환당국…전문가 “경기 타격 크지 않아”

 이처럼 국내 경제에 대한 염려에도 외환당국은 미국 등 해외 시각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쉽게 개입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외환당국은 시장에 쏠림현상이 있으면 안정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최근 시장이 이런 입장의 변화를 가져올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화강세는 대세이나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당국이 가시적으로 개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100원대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우리 경제가 물가 상승과 원화 강세에 견딜만 하다고 보고 있다.

 원화 강세가 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주겠지만 최근 환율 수준은 국내 경제를 위협할 만한 정도는 아니며,원화뿐 아니라 국내 제품과 경쟁하는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경쟁력도 크게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원.달러환율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900원대 초반이었다”며 “현 1,130~1,140원대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며 위안화,엔화와의 상대적 가치 변동을 고려하면 버틸 말하다”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환율 하락은 수출에는 부담이 되지만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최근 물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경기 흐름을 크게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물가는 크게 오르고 있지만 원화가치 강세로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지도 줄어든 상황이다.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는 금융.자본시장,환율 등에 다양하게 영향을 준다”며 “(기준금리 결정 때) 이런 영향을 광범위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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