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 보도건수, KBS가 NHK의 3배 이상”

“日 지진 보도건수, KBS가 NHK의 3배 이상”

입력 2011-05-03 00:00
업데이트 2011-05-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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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김춘식 교수 “한국 언론보도 자극적”

KBS가 일본 대지진과 관련, 일본의 공영방송 NHK보다 3.24배나 많은 건수의 기사를 방송했지만, 아이템당 시간은 NHK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쳐 심층보도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외국어대 김춘식(언론정보학부) 교수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진 발생 직후인 3월11~25일 KBS와 NHK의 메인뉴스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기간 중 KBS는 11~18일에 매일 20건 이상의 뉴스를 보도하는 등 모두 279건의 기사를 내보냈으며 NHK는 재해 첫날 16건의 기사를 보도한 것을 비롯해 모두 86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반면, 아이템별 방송시간은 KBS가 평균 100.9초로 평균 465.21초였던 NHK에 크게 못 미쳤다.

기사 형식별로 보면 KBS는 앵커가 기사의 도입부를 소개하고 기자가 보도하는 ‘전형적인 일반 기사’ 형식이 전체의 86%에 해당하는 240건을 차지했고 ‘기획·심층·현장추적·기동취재’가 9.7%에 해당하는 27건이었던 데 비해 ‘앵커+기자+전문가 대담’은 1건도 없었다.

반면 NHK는 ‘앵커+기자+전문가 대담’이 33건(38.4%)으로 가장 많았으며 ‘앵커+성우’ 14건(16.3%), ‘전형적인 일반기사’ 13건(15.1%) 순이어서 심층보도의 비중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KBS는 심층보도가 적은 대신 제작 방식에서도 음악이나 슬로모션 등 시청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기법을 과도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45건(16.1%)의 기사에서 음악을 사용했으며 31건(11.1%)의 기사에서는 슬로모션으로 재난 현실을 묘사했으나 NHK의 경우 음악과 슬로모션을 사용한 보도는 1건씩뿐이었다.

또 KBS의 경우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한 헤드라인이 86건(30.8%)이나 된 데 반해 NHK에서는 1건도 없었다. KBS는 피해를 예측하는 기사가 절반이 넘는 148건(53%)이나 돼 9건(10.5%)인 NHK보다 5배가량 많았으며 예측 방향도 부정적인 쪽이 79.1%인 117건이나 됐다.

앵커의 도입부 아나운스먼트를 중심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따져본 결과 NHK는 100% 확인된 정보(~로 확인됐다)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지만 KBS는 ‘~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가 사실이라면’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미확인 정보를 토대로 보도한 사례가 절반에 가까운 128건(45.9%)이나 됐다.

김 교수는 신문의 경우 한국 6개(경향신문, 서울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2개, 미국의 뉴욕타임스의 3월12~31일자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1면에 게재된 기사의 평균 보도 건수는 한국 신문이 1.53~1.76건으로 일본 신문의 3.60~3.65건보다 적었다.

기사 유형별로 보면 심층보도인 ‘분석형 사실보도’는 뉴욕타임스가 보도 건수의 52.6%에 해당하는 1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한겨레(5건, 18.5%), 요미우리(12건, 16.4%), 아사히(8건, 11.1%), 조선(3건, 11.1%) 순이어서 전반적으로는 분석기사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신문의 보도에 대해서는 보여주기식 보도와 선정적인 헤드라인이 문제로 지적됐다.

1면에 게재된 사진의 평균 면적은 한국 신문 중 서울신문(247㎠)을 제외한 모든 신문이 전체 조사 대상 신문의 평균인 260.8㎠을 넘었다. 동아일보는 408.9㎠나 됐으며 한겨레가 302.8㎠로 뒤를 이었다.

김 교수는 “한국 신문은 지진 피해를 예측하는 내용을 담은 헤드라인 비율이 낮지 않았으며 예측 방향 또한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자와 실종자 숫자의 예측치를 헤드라인에 사용한 빈도도 일본 신문보다 많았을 뿐 아니라 일부 신문은 일본이나 미국 신문보다 격하게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이선재 KBS 취재주간은 “큰 틀에서 선정성을 배제해야 하기는 하지만 정부 발표만을 취재원으로 하거나 미확인 보도를 제외하고 사실 보도만 한다면 방송의 속보성을 살릴 수 없다”며 “현장의 모습을 축약하거나 가리고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보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토 료지 NHK 서울지국장은 “NHK는 재난보도에 대한 매뉴얼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TV는 신문과 달리 재난 발생 전 예방, 재난 발생 후 피해의 최소화, 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정보 전달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신중한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재석 연합뉴스 논설위원실장은 “일본 대지진이 인접 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었던 만큼 재난 발생시 한중일 등 국가간 정보 공유 방안이나 재난 예방에 대한 공동 협력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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