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 론스타 ‘이상한 재협상’

하나금융 - 론스타 ‘이상한 재협상’

입력 2011-07-05 00:00
업데이트 2011-07-05 00:2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융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에 ‘이상한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겉보기엔 인수 가격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에게 손해될게 없는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4일 “당초 인수 가격인 4조 6888억원보다 최소 5000억원 이상을 낮춰서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외환은행의 주가도 계약 당시보다 많이 떨어졌으므로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론스타가 중간 배당으로 4969억원을 챙긴 것과 외환은행 주가 하락에 대한 가격 인하 요구인 셈이다.

●하나銀, 론스타에 1.5조 대출

반면 론스타 측은 배당은 주주의 고유 권리인 만큼 하나금융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배수의 진’을 치고 가격 협상에 들어간 듯해 표면적으로는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깨질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양측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외환은행을 놓고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서로의 이익을 챙겨주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정성 논란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외환은행의 곳간만 비워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배당을 받은 지난 1일, 연 6.7%의 고금리로 론스타에 1조 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집행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받게 될 이자는 연간 1005억원으로, 5년 만기로 계산하면 총 5025억원이 된다. 론스타가 이번에 배당받은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하나금융의 대출과 관련해 연 6.7%의 고액 이자를 물겠다는 것은 하나금융에 이자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외환銀 노조, 양측 강력 비난

론스타는 1조 5000억원의 대출과 배당금 4969억원을 확보하면서 결과적으로 외환은행을 매각하지 않고도 2조원가량의 투자 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대출을 해 줌으로써 외환은행의 차기 주인으로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고, 짭짤한 이자 수익을 거두게 됐다. 여기에 론스타의 고액 배당으로 ‘외환은행을 서둘러 매각하라.’는 우호적 여론마저 형성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 셈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일 전격 강행된 론스타에 대한 4969억원의 고액 배당과 1조 5000억원의 편법 대출은 모두 론스타에 대한 하나금융의 사전 지원 행위인 동시에 금융 당국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이들 조치가 모두 계약 연장을 위한 부속 합의였을 수 있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1-07-05 20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