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혁명 조건’ 성숙 판단에 병력 19만명 증강”
북한 경제가 급격히 악화한 데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잘못 판단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남한혁명의 조건이 성숙했다고 오판한 나머지 군사력을 대폭 증강했다가 민간 분야에 심각한 부담을 준 탓에 경제발전이 급속히 둔화했다는 것이다.
9일 세종연구소의 ‘통계로 보는 남북한 변화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현격한 국방비 차이에도 남한의 두 배 수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남한의 총 병력은 2010년 기준 65만명이고 북한은 119만명이다. 남한은 1955년(71만명)을 정점으로 병력이 감소하기 시작해 1960~1965년 58만명까지 축소됐다. 이후 2003년 69만3천명까지 증가했다가 다시 줄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1959년부터 병력이 계속 늘었다. 특히 1979년 60만이었으나 1980년에 79만명으로 확대했다. 한 해에만 무려 19만명을 증원한 것이다.
이는 광주민주화항쟁이 발생한 것을 보고 소위 ‘남조선혁명’의 조건이 성숙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연구소는 “1980년 북한 병력의 대폭 증강이 민간 분야에 투자돼야 할 자원의 군수 분야 이동을 유발함으로써 1980년대 북한의 경제발전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010년 기준 남한의 국방비는 255억6천만달러로 북한의 8억1천만달러의 32배에 달한다. 정부 재정에서 국방지출이 차지하는 규모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남북한이 비슷하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국방비 비율은 남한이 2.52%, 북한이 3.1%로 북한이 약간 높았다. 정부 재정 대비 국방비 비중도 남한(14.7%)보다 북한(15.8%)이 소폭 컸다.
달러로 환산한 남한의 국방비가 북한의 국방비를 초과한 것은 1975년부터다. 이 시점은 남한 경제력이 북한을 앞서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국방비는 1970년 남한이 3억2천만달러, 북한이 7억3천만달러로 북한이 남한의 두 배를 넘었지만, 1975년에는 남한 9억5천만달러, 북한 9억1천만달러로 처음으로 역전됐다.
이후 국방비의 남북한 격차가 계속 벌어져 1990년 남한 93억7천만달러, 북한 19억9천만달러로 남한이 북한의 5배에 육박했다. 2000년에는 남한 128억달러, 북한 13억7천만달러로 10배 격차를 보였다.
GNI 대비 국방비 규모에서 남한이 북한과 거의 같은 규모에 도달한 시점은 2004년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GNI 대비 국방비 규모는 남한보다 항상 컸다.
세종연구소는 “남북한의 국방비 절대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자 북한은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남한과 경쟁할 수 없게 돼 핵무기와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매달리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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