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밝힌 한미FTA 부작용 ‘오해와 진실’

외교부가 밝힌 한미FTA 부작용 ‘오해와 진실’

입력 2012-03-17 00:00
수정 2012-03-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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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해 지적한 언론 보도 조목조목 반박

황대일 기자= 외교통상부는 최근 발효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우리나라에 온갖 피해가 예상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17일 조목조목 해명했다.

지적재산권, 조세체계, 보건의료정책, 공공서비스 등과 관련한 FTA 조항 등에 하자가 있어 한국이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은 사실 관계를 잘못 알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하는 유통법 개정안 등은 한미 FTA 위반이라는 지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듯한 견해를 보였다.

◇ 지적재산권ㆍ조세 분야

먼저 저작권을 침해한 인터넷 사이트는 법원 판결 없이도 행정기관이 폐쇄할 수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인터넷 사이트 폐쇄와 관련한 한미 FTA 이행을 위해 국내법 또는 제도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행정기관이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쪽의 주장만으로도 판매금지 가처분 등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가처분 조치는 행정기관이 아닌 법원 결정으로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카길사가 감미료를 사용한 멕시코 탄산음료에 소비세 20%를 부과하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위반이라며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해 이긴 사례에 비춰보면 한국도 조세정책의 자율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사실 관계를 오해한 것이라고 했다.

카길사와 멕시코의 소송은 멕시코의 차별적인 과세조치 때문에 소송에서 졌다는 게 외교통상부 대변인실의 설명이다.

미국과 멕시코간 설탕무역 분쟁이 1998년 시작되자 멕시코 정부가 보복 차원에서 미국에 차별적으로 조세를 부과했다가 패소했다는 것이다.

◇ 보건의료 정책 분야

건강보험 약값 재심 절차가 민영화되고, 우리 의료정책의 공공성이 위축돼 약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독립적 검토기구’는 우리 보건의료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것으로 정부는 물론 제약회사, 의료기기 업체 등 모든 이해 당사자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로 구성된다고 대변인실은 설명했다.

특히 이 기구의 검토 결과는 구속력이 없으며 참고사항에 그쳐 한미 FTA 발효로 약값이 인상된다는 것은 부적절한 예단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제약업체가 복제 의약품을 시판하려면 미국 특허권자에게 우선 통보해야 하는 ‘허가-특허 연계제’ 도입으로 값싼 복제약 시판이 늦어진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복제약 제조업체가 특허권자에게 복제약 시판허가 신청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여, 복제약 제조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관련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도록 한 제도라는 것이다.

다만 복제약 시판 허가가 일정 기간 정지되는 제도는 추가협상을 통해 협정 발효 후 3년의 유예기간을 확보한 만큼 이 기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 공공서비스 분야

서비스ㆍ투자 분야에 ‘래칫조항(역진방지)을 도입함으로써 개방폭을 한번 확대하면 되돌릴 수 없어서 공공정책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은 진실을 오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래칫조항은 현재 유보에 기재된 서비스ㆍ투자 분야의 비합치 조치에만 한정적으로 효력을 갖고 협정 적용이 배제되거나 미래유보에 해당되는 분야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협정 적용배제, 예외규정, 개별분야별 정책권한 확보ㆍ유보 등을 통해 우리의 공공정책 자율권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점도 부언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1월 우체국보험의 가입 한도를 50% 올리려다 철회했으며 이는 한미 FTA에 어긋난다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의 반발 때문이라는 보도도 인정하지 않았다.

우체국보험의 가입 한도 인상 철회는 보험업계 등의 반대, 충분한 여론수렴 및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대변인실은 해명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등 중소상공인 보호 정책은 ‘시장접근 제한’이란 이유로 언제든지 분쟁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적도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작년 말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에 도입된 대규모점포 등의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는 WTO(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GATS) 및 한미 FTA를 비롯한 여타 FTA상 인정되는 국내규제의 일환이라는 게 대변인실의 설명이다.

소상공인들은 유통법, 상생법,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등의 보호 조항들이 무력화하거나 추가 도입이 어려워질 수 있고 국산 영화 및 애니메이션 쿼터 축소로 관련 업계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는 지적에도 해명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 10월 ‘도소매업 진흥 5개년 계획’을 수립한 이후 유통시장 개방 정책을 한결같이 추진했고 1996년 1월 유통시장 전면 개방 이래 이런 정책기조를 WTO DDA 및 FTA에 반영한 만큼 국내 규제가 외국인투자에 과도한 진입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균형 있게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ㆍ중소기업간 자율적인 협의로 비구속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으므로 협정 위반 소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한미 FTA는 비지상파(방송채널사용사업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에 적용되는 영화 및 애니메이션의 국내제작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을 5%포인트 낮췄으나 악영향은 최소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영화ㆍ애니메이션 사업의 지원을 포함한 방송산업 중ㆍ장기 보완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연간 73일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는 지적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2007년 이후 40% 후반대를 유지했고 2011년에는 52%를 기록할 정도로 외국산 관객 점유율을 압도한 만큼 한미 FTA 투자 및 서비스챕터에 적용되는 래칫조항 때문에 한국영화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래칫조항이란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서비스-투자 분야의 점진적 자유화에 도움을 주려는 장치로 한ㆍ일 투자협정, 한ㆍ칠레 FTA, 한ㆍ싱가포르 FTA 등에도 채택한 제도라고 대변인실은 설명했다.

새누리당이 최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하는 유통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이것 또한 한미 FTA 위반이라는 지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관련해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 개정안이 WTO 서비스협정(GATS) 및 여러 FTA 등 통상협정상의 대외적인 약속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입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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