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렸다는데…체감물가 高 高

가격 내렸다는데…체감물가 高 高

입력 2012-03-22 00:00
업데이트 2012-03-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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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발효 1주일 시장동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일주일째인 21일 수입 자동차와 과일 등에서는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했으나, 소비자들은 아직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소비심리 위축 탓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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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농축산물로 ‘FTA 맞불’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직원들이 국내산 농축산물과 생필품을 대상으로 한 ‘연중 상시 할인판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협유통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소비가 위축될 국산 농축산물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유와 밀가루, 화장지 등 생필품 가격을 평균 18%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뉴시스
국산 농축산물로 ‘FTA 맞불’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직원들이 국내산 농축산물과 생필품을 대상으로 한 ‘연중 상시 할인판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협유통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소비가 위축될 국산 농축산물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유와 밀가루, 화장지 등 생필품 가격을 평균 18%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뉴시스


●車업계 “문의만… 매출은 그대로”

포드, 캐딜락,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차 업체는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차값을 최대 525만원 내리고 부품가격도 평균 20% 인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화 문의나 매장 방문에 비해 실제 매출은 큰 변동이 없었다. 포드 관계자는 “전시장 방문객이나 문의 전화는 2배 이상 늘었지만 매출은 그리 늘지 않았다.”면서 “억대에 가까운 고가의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들이 몇백만원에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유럽 스포츠카인 포르쉐의 조현우 과장은 “유럽차는 한·유럽연합(EU) FTA에 큰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닌데, 지난해 판매량 증가에는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면서 “7월 1일자로 관세 3.2%가 더 내려간다면 국내 소비자들이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포르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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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자동차협회 박은석 차장은 “올해 말까지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10만 5000대)보다 12%(11만 9000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길게 보면 관세 인하가 수입차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품목 제한적… 내림폭 크지 않아

소비자들이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장바구니 물가에도 큰 영향이 없었다.

“한·미 FTA로 가격이 싸진 품목들이 밥상 물가와 크게 상관 있나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는 미국산 오렌지를 고르며 이같이 말했다. “과일이 금값인데 싸진 게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오렌지를 먹으면 얼마나 먹겠느냐.”고 반문했다. 옆에 있던 주부 박모씨도 “와인, 맥주도 싸졌다고는 하지만 매일 먹는 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심드렁하게 말을 보탰다.

소비자들은 지난해 한·EU FTA 발효 때와 마찬가지로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에는 품목이 제한적인 데다 내림폭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정경제에서 지출 비중이 큰 의류 등은 제3국 생산이 많아 대부분 관세 인하 제외 품목이어서 체감도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일부 와인·맥주·과일 판매 급증

그럼에도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싼 게 어디냐.’며 몰린 소비자들 덕에 일부 대형마트는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이마트는 미국산 와인 판매가 평소 대비 3배가량 늘면서 지난 주말 미국 와인이 판매 1, 2위를 기록했다. 30% 이상 가격이 싸진 밀러 제뉴 맥주는 전주 대비 매출이 3.4배 늘었다. 국산 과일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15%나 저렴해진 네이블 오렌지는 매출이 2배가량 늘면서 과일 전체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FTA를 계기로 대미 수출을 늘리려는 중소기업들은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한국무역협회 등에 관세 철폐 품목 해당 여부와 원산지증명 방법 등에 대해 문의를 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中企 상담 한달새 700여건 활기

최근 출범한 무역협회의 FTA무역종합지원센터에서는 한 달 동안 700여건의 FTA 관련 상담이 진행됐다. 박태성 지원센터 단장은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인 FTA 혜택을 받으려면 원산지증명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충고했다. 중소기업청은 매주 수요일을 ‘FTA 상담의 날’로 지정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당장은 미국에 자동차 수출이 늘지 않겠지만, 2016년에는 FTA가 국내 자동차업계의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준규기자·산업부 종합 hihi@seoul.co.kr

2012-03-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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